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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가을철에는 하루에 많게는 산에 5번 올라가요. 거의 산에서 사는 거죠. 구조하다 제가 되레 고립돼 까딱하다 죽을 뻔한 적도 많아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단풍을 적신 지난 11일 정오께 설악산 양폭대피소에서 900m 떨어진 외길에서 50대 등산객과 산악구조대원 일행을 만나 기자는 비로소 숨을 돌렸다.
쏜살같은 소방대원을 쫓아 질퍽대는 진흙 길과 미끄러운 낙엽길을 걸어 구조현장으로 다다르던 길이었다. 추석 연휴가 겹쳐 잔뜩 포동포동해진 몸을 이끌고 소방대원 보폭을 따라잡으려니 발끝이 천근만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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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기색 역력한 기자 [동행 소방대원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뭐야, 인터넷도 안 터지고…이런 날에 미끄러운 하산길을 사람을 업고 다닐 수 있나?' 싶은 생각이 스칠 무렵, 산악구조대원들과 천천히 하산 중인 부상자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목표수익률
어왔다.
빗물에 쫄딱 젖은 채 산에서 무려 11시간. 그는 석 달 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치료를 위해 산행에 나섰다가 지난 10일 발목 부상을 입었다.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겨보기도 했지만, 몸에 힘이 풀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탓인지 그는 결국 이튿날 오전 8시 42분께 소방에 구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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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처치 중인 산악구조대원들 [촬영 강태현]


비가 내리는 날에는 구조 헬기가 뜰 수 없어 부상자를 안전하게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구조대원들이 몸을 쓸 수밖에 없다. 업거나, 부축하거나, 들것에 사람을 싣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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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다 길이 미끄러워 구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저체온증 위험도 커 대원들의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게다가 가을 단풍철에는 산 곳곳에 사람이 많아 양옆으로 대원 4명이 붙어야 하는 들것을 이용할 때는 이동 구간에 병목 현상이 생기는 애로사항도 발생하곤 한다.
다행히 이번 부상자는 대원들주식노하우사이트
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 스스로 걸어 내려오는 동행 하산이 가능했고, 응급처치 이후 천천히 휴식하며 하산길에 나섰다.



부상자와 동행 하산행 오른 산악구조대원들 [촬영 강태현]


경기 용인에서 온 50대 부상자는 "모르는 길을 가는 게 더 힘든 법인데, 산악구조대원들이 동행해 아는 길처럼 느껴지고 조금이나 마음이 편해졌다"며 "가는 길 내내 북돋아 주고 위로해줘서 고통스러워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된다"고 감동했다.
이날 첫 출근을 하자마자 119 종합상황실 지령을 받고 산에 오른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 2팀 대원 5명은 등짐에 짊어진 배낭에서 사탕과 초코바, 에너지 음료 등 이른바 '행동식'을 꺼내 허기를 달랬다.
이처럼 한 번 산에 오르면 지상으로 내려올 때까지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들에게 차고 넘치는 일상이다.



빗속에서 휴식 중인 산악구조대원 [촬영 강태현]


"밥이요? 산에선 못 먹죠. 행동식 먹고 버텨야 해요. 요구조자를 업을 때 쓰는 '업기 벨트' 같은 구조 장비도 있어서 짐이 많아요. 먹을 것을 싸 들고 가기 어렵죠. 식사를 제대로 못 하니까 근무하는 날에는 아침에 강박적으로 먹어두려고 해요. 오늘처럼 아침밥으로 도시락, 햄버거 사다 둬도 못 먹고 바로 출동하는 날도 있곤 해요."
하루 평균 1∼2회, 많게는 최대 5번까지 생기는 잦은 산행에 신발 밑창이 모두 떨어져 나가면서 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등산화를 바꿔 신어야 한다.



미끄러운 낙엽길과 진흙 길 속 닳고 닳은 신발 [촬영 강태현]


50대 부상자와 동행 하산하던 중 오후 3시 14분께 비선대 인근에서 절뚝이는 60대 등산객이 새로이 포착됐다.
구조대원들이 신발과 양말을 벗겨 상태를 확인하는 내내 통증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리던 그는 10시간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결국 대원 한 사람은 그를 업고, 한 사람은 뒤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보조하며 추가로 구조에 나섰다.
"너무 송구스러워요…다 내려와서 신발이 이상하게 미끄러지더니…아들 같은 분들한테 업혀 내려오는 게…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려 죄송하네요…"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표정으로 무사히 하산한 두 사람은 연신 대원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2인 1조 부상자 업기 구조' [촬영 강태현]


비가 내려 고된 구조 활동이었지만 대원들은 그나마 '사망사고'가 아닌 게 어디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군가의 부모, 형제, 연인, 친구일 이들의 안타까운 사고를 목격할 때마다 스스로 힘겹게 마음을 추스르는 것 역시 이들의 몫이기도 했다.
그만큼 귀한 한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대원들은 훈련에도 여념 없다.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매달 2차례 지리 조사·암벽등반 등 훈련을 하고, 구조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달리지 않도록 쉬는 날엔 항상 크로스핏, 헬스, 러닝 등 개인 운동을 한다.
부상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귀가시킨 뒤 지상에서 마주한 정해권 소방위, 신연수·민준영·이태준 소방장, 김태민 소방교의 얼굴은 그제야 비로소 편안해 보였다.
빗물인지, 땀방울인지 모를 것이 머리칼을 잔뜩 적셔 고됐을 만한데도 이들은 함께 산에 오른 기자에게 고생했다며 박수를 건넸다.



설악산 출동한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119 산악구조대 [촬영 강태현]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22∼2024년 발생한 산악사고는 총 3천628건으로 이중 가을에만 1천148건이 발생해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산악사고로 인해 44명이 숨지고, 148명이 크게 다쳤으며 1천793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고 유형으로는 실족이 860건(21%)으로 가장 많았고, 길 잃음이 763건(18%)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탈진·탈수, 추락, 고립,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구조도 잇따랐다.
소방 당국은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길을 선택하고, 홀로 등산길에 오르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한다.
또 비상식량, 여벌 옷 등 기본 장비를 갖추고, 지정되지 않은 등산로는 이용을 삼가야 한다.
너덜지대, 급경사, 안전로프가 없는 슬래브 지대에서는 발을 헛디뎌 다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해 이 구간을 지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단풍 적신 가을비 [촬영 강태현]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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