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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일본에 정착한 지도 벌써 18년째.?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잇는 부관훼리를 다니다 2007년 대한해협을 건너왔다.?현지 물류업체?선배들은 거래처를 상대하는 데?도움이 될 것이라며 와인 공부를 권했다.?흥미로웠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고급 와인은 구하기도 힘들 뿐더슬롯
러 너무 비싸 직접 맛을 볼 기회도 적었다.





‘소주한잔 사케일잔’의 저자 이창현씨가 22일 도쿄 다이토구의 사무실에서 사케와 일본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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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에 들어왔던 것이 동네 선술집?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케였다. 수년 전?가고시마현에도 양조장이 생겨 이제는?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에 안 만드는 지역이 없는 술,?지역 쌀을 깎아 발효시키고 지역 물로 만들어?저마다의?고유한 기후, 토양, 이야기가 담긴 술이 바로 사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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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2일 도쿄 다이토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그간 일본 곳곳을 누비며 쌓은 각지의 지리·역사·풍습에 관한 지식의 조각들이 사케를 통해 하나로 맞춰지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며?“전문가나 관련 서적이?많아?‘남의 뒤를 따라가는’ 수준이었던 와인 공부와 달리, 알면 알수록 어지간한 현지인을 능가하게 되는?‘나만의 유일 영역’을 개척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황금성게임앱
돌아봤다.

가령 시코쿠섬 가가와현은 전국적 명성의 사케가 그다지 많지 않은 지역이다. ‘저수지 확보’가 선거철 단골 공약일 정도로 물이 부족해 벼농사 대신?밀농사가 주류인 곳이어서다. 혼슈와 연결되는 다리가 놓인 후로는 최고의 사케 생산지?효고현의 사케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양조장 수도 예전의 10분의 1 정도로증권자료
줄었다. 밀가루로 만든 우동이?대표 음식인 이곳의 옛 지명은 사누키다.






이씨는 2020년 무렵부터 본인이 접한 사케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시기에는?“덕후 수준으로 모으고 마셨다”는 그다. 그렇게 기록한 사케가 2400종이 넘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에 사케 관련 칼럼을 3년째 연재 중이고, 올초에는 책도 펴냈다.?“사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사케를 통해 일본 문화를 이야기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컸어요.?취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니까 맛에 대한 품평은 자제했죠.”


예를 들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케 ‘주욘다이’(十四代·14대)에는 일본 기업문화의 일면이 담겼다.?그는 “1615년 창업한 야마가타현 양조장이 15대에 이르기까지 400년 넘도록 전통을 이어가며 만든 술”이라며?“지역 대표 술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 그리고 가업을 이어 나가는 일본인 특유의 DNA를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치현에서는?‘기쿄’(義俠·의협)라는 사케가 나온다.?이 술을 만드는 양조장은?메이지 시대 원재료값이 폭등했을 때도 도매상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 가격을 고수했다. 도매상에도 소비자가를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당장의 이익보다 신의를 좇는 모습에 감동한 도매상이 선물한 이름이 바로 기쿄다.






사케는 들어가는?쌀·쌀누룩·물의 종류, 정미 비율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최소 10가지 표시 항목이 일본어로 적힌 라벨은 해석하기도 어렵다. 그러면?어떤 사케를 골라야?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씨는?“사케가 수천 종 있으니?순위 사이트에서 100위권에 든다면 지역 내 1등이라는 얘기”라며?“그런 술 중에서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순수 쌀을 50% 이하까지 정미)는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우니,?준마이긴죠(純米吟?·60% 이하까지 정미)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보다는 주류판매점에 가야?3000엔(약 2만8000원) 안팎 가격대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씨는 현재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물류업체 코나폰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한인물류협회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대 때 1년간 도쿄 인근에서?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30대 초반엔 부인, 갓난아기와 함께 외지에 정착하느라 눈물 젖은 빵을 수없이 먹었던 그에게?일본 진학이나 취업을 고려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일본은 지원자가 부족해?채용을 하기 힘들 정도로 취업의 문이?활짝 열려 있어요. 제가 20대였을?때는?‘한국인이라 곤란하다’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거절당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본인이 먼저 다가와 한국말?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로 우호적이죠. 일본이 정체돼 있다는 이유로 다들?영어나 중국어를 배울 때 오히려 일본어를 익히거나 일본에 진출하는 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어요.?남하고 다르게 움직여야죠.”
도쿄=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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