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낯 붉은 밤_광천시민아파트’
‘푸른 낯 붉은 밤_의성 불의 흔적’
“사진의 힘은 ‘지금’ 그리고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된 이미지가 누군가의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길, 제 작업도 그런 ‘기억의 쓸모’로 남길 바랍니다.”
광주청년작가초대전으로 마련된 이세현 작가 개인전 ‘푸른 낯, 붉은 밤’이 오는 11월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과 기억을 사진으로 환기해 온 작가의 대표 연작을 한자리에 모았
한보배 다.
전시 제목인 ‘푸른 낯, 붉은 밤’은 흔히 ‘낮과 밤’으로 들리지만, 여기서 ‘낯’은 얼굴을 뜻한다. 작가는 푸르게 질린 얼굴과 어둠 속의 붉은 빛을 대비시켜, 상처와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한밤 중 어떤 장소에 색을 비춰 감정의 구조를 드러내는 라이트 페인팅 연작부터 돌을 던지는 물리적 개입으로 침묵을
10등급이내 깨우는 ‘경계’(Boundary), 초기 작업인 ‘몽유야담’까지 흐름을 따라 배치해, 기록-개입-응시로 이어지는 작업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시의 시작점에서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푸른 낯, 붉은 밤’ 연작 중 하나인 ‘광천시민아파트’다. LED로 구현된 이 작품은 가로 7m, 세로 2.5m 크기의 대작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아파트 청약 1순위 작가는 “이곳을 메인으로 찍어야겠다 생각하고는 수십 장 나눠 촬영해 이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작으로는 노근리, 국군광주병원, 505보안부대, 코발트광산 등 비극의 장소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푸른 빛은 상실과 애도의 정서를, 붉은 빛은 폭력과 저항의 잔재를 상징한다. 관람자는 어둠 속에서 켜진
예나래저축은행 색의 층위를 따라 ‘윤리적 응시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현장에서 직접 빛을 칠해 만드는 ‘라이트 페인팅’ 형식의 작품들도 인상깊게 다가온다.
무안공항 사고 현장, 의성 산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침수 지대처럼 ‘사건과 일상’이 교차한 자리에서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 흔적을 마주했다.
납입최고기간 2층으로 오르면 그간 작업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듯한 ‘몽유야담’과 ‘경계’ 연작이 펼쳐진다. 돌이나 유리, 파편과 같은 현장 오브제를 작가 스스로 던져 찰나를 포착하는 ‘경계’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인 침묵에 주목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옛 전남도청의 돌들을 오브제로 함께 설치한 4전시실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레 5·18의 기억을 되짚게 된다.
작가는 “이 돌들은 그 자리를 지켜본 증언자이자 감시자 같은 존재”라며 “관람객이 돌 앞을 따라 걸으며 사진과 마주하는 동선 자체가 기억을 다시 밟아가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감정을 환기하고 질문을 던지며 관람자의 응답을 끌어내는 장치로 구성됐다. 푸른빛과 붉은빛으로 대비된 밤의 장소, 공중에 멈춘 돌, 라이트 페인팅으로 구현된 사진 작업 등은 일상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선명히 드러낸다.
작가는 “누군가의 특별한 일상이 사건이 되려면 알려지고 기억돼야 한다”며 “제 사진이 그 기억을 붙잡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