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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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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업단지 일부 구간은 공장 가동이 중단돼 어둡다. 박해윤 기자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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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야경까지 바꾼 석유화학 위기?노래 '여수 밤바다'는 낭만을 상징한다. 여수 밤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혼자 보기 아까워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 여수 밤바다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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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 저녁, 여수 시민이 식사와 여흥을 위해 즐겨 찾는 '무선지구'는 을씨년스러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탓인지 오가는 행인도 거의 없었다. 대로변 화려한 네온 불빛 사이로 불 꺼진 가게가 드문드문 보였다. 대로변을 돌아 이면도로에 들어서자 문 연 가게보다 문 닫은 가게가 더 많았다. 영업 중인 가게에도 손님은 한두 테이블 정도밖에 없었다. 12게임빌 주식
년째 무선지구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해 왔다는 가게 사장은 "개업 후 올 초까지 24시간 영업을 계속해 왔는데, 올봄 이후 손님이 뚝 끊겨 3월부터 새벽 3시에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12일 정오. 여수 구시가지 중심 이순신광장. 시간당 40㎜ 가까운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중앙동로터리 주변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오리지날릴게임
. 1968년 제1대 할머니 레시피 그대로 50년 넘게 3대째 생딸기를 사용해 만드는 여수 명물 '딸기모찌'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인근에는 '꼬북샌드'로 빵지순례를 온 한 무리의 관광객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도 여수 명물을 맛보려는 관광객의 뜨거운 열기는 가라앉히지전함야마토
못했다.
여수의 낮과 밤 풍경은 묘한 대조를 이뤘다. 관광 명소는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여수 시민과 산단 근로자가 즐겨 찾는 먹자골목은 을씨년스러웠다. 밤바다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여수'의 밤이 왜 이토록 어둑해진 것일까.
11일 밤, 여수국가산단전망대에 올랐다.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나왔다. 폭우로 흙이 쓸려 내려간 탓에 길 가운데 조그만 계곡(?)이 생겨난 곳도 있었다. 길 좌우에는 비에 흠뻑 젖은 긴 풀들이 오르내리는 행인의 옷자락을 적셨다. 전망대 가는 길은 '야경명소'라는 소개 글이 무색하게 어수선했다.
전망대 데크(deck)에 오르자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단 군데군데 불빛 없이 어두컴컴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2공장이 문을 닫은 데 이어, 8월 8일 여천NCC 3공장까지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석유화학 산업에 불어닥친 불황의 그림자가 여수산단 야경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12일 오후, 여수산단 초입에 위치한 한 고층 건물 옥상에 올랐다. 16층 높이의 잘 지어진 건물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석유화학 불황이 닥쳐 준공 후에도 입주하려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시 여수 '최초' 지식산업센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다본 여수석유산업단지는 웅장했다. 대한민국 경제 기적을 이곳 여수산단이 뒷받침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쉼 없이 뿜어내며 활발히 가동되는 공장 사이로 가동을 멈춘 몇몇 공장이 눈에 띄었다. 을씨년스러운 기분은 비를 뿌려대는 잿빛 하늘 때문이었으리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선소’ 유적지 앞 여수 밤바다. 박해윤 기자
여수가 '가장' 어려운 까닭돌산대교와 이순신대교 등 여수 명물 다리를 화려하게 비추는 조명이 관광도시 여수를 찾은 관광객에게 '찰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여수산단 불빛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성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했다. 그랬던 여수산단 공장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에 닥친 불황의 짙은 먹구름이 여수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꼽으라면 여수와 울산, 그리고 대산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단이 여수에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소재라 할 수 있는 에틸렌 전국 생산량 1280만t 가운데 626만5000t이 여수에서 생산됐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업단지 여수산단은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세 제품군이 한국 수출을 이끌며 대한민국 성장 동력 구실을 톡톡히 한 것. 수출 효자로 추앙받던 석유화학산업은 언젠가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필요로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그 이유는 뭘까.
외부 요인으로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꼽힌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입처였던 중국이 자체 설비를 증설해 자급률을 크게 높인 것이 시작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4800만t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증가한 분량이 2600만t에 달한다. 자연히 우리 기업의 판로는 막혔고, 이는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2028년까지 에틸렌 설비 2573만t 증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원유 판매에만 치중했던 중동 메이저 석유기업들도 석유화학산업에 뛰어들어 글로벌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2027년까지 중동에서 에틸렌 설비 규모는 1123만t 규모로 확충 예정이다. 우리나라 에틸렌 생산능력이 2024년 1280만t에서 2027년 1450만t 규모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중국과 중동의 공급능력은 우리의 증가분을 크게 상회한다.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가격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앞에 지금보다 더 험난한 길이 놓여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설비 증설과 공급과잉은 에틸렌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 에틸렌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 수준. 그러나 2022년 t당 222달러, 2023년 274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밑돌면서 한때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수출 효자 기업들이 어느새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2022년 한 해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4개 사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2조 원이 넘었다. 그러나 2023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9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2022년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LG화학이 2023년 1430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롯데케미칼도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1조 원대에 이르고 있다. 2021년부터 11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인 여천NCC의 누적 적자도 7000억 원에 이른다.?
여천NCC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그룹이 긴급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DL그룹이 2000억 원의 긴급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자금 지원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석유화학산업의 장기 침체 가능성 때문이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여수산단을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박해윤 기자
설비 유지·보수 기업 직격탄여수산단에 입주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선 후 여수 지역 경제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여수시 전체 제조업 가운데 98%가 석유화학 업종에 집중된 데 따른 것이다. 울산의 경우 석유화학 외에도 자동차와 조선 등 3대 산업이 고르게 분포돼 있어 석유화학 업종 침체를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보완재 구실을 하고 있다. 대산산단도 석유화학 규모가 여수에 비해 작고, 자동차부품 클러스터와 2차전지 등 산업의 다양성이 확보돼 있어 사정은 여수에 비해 낫다고 볼 수 있다.
여수시 한 관계자는 "여수산단 등록 공장 316개 가운데 대기업은 25개 사로 그 비중은 8%"라며 "92%에 이르는 절대 다수 중소기업들이 석유화학 업종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이 발주하는 설비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대기업들이 신규 설비를 발주하지 않은 데다, 불황으로 기존 공장 가동까지 축소하면서 설비 유지·보수업체 일감은 뚝 끊겼다. 60여 산단 기업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여수국가산단경영자협의회 한 관계자는 "경협 소속 한 기업의 경우 2023년 600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 200억 원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올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호황기에 최대 98%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던 여수산단은 지난해 가동률이 78.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말 2공장 가동을 멈춘 데다, 여천NCC까지 8월 8일 3공장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공장가동률 하락은 생산액 감소와 수출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99조5000억 원을 기록했던 여수산단 생산액은 지난해 87조8000억 원으로 11.6% 감소했다. 수출 실적도 2022년 38조 원에서 지난해 32조 원으로 8.4% 감소했다.
생산액과 수출 실적은 크게 감소했지만 여수산단 고용인원은 2022년 2만3363명에서 2024년 2만2935명으로 428명 감소에 그쳤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 수치는 공장 가동 중단 후 글로벌 대기업들이 정규직을 해고할 수 없어 고육책으로 '전환배치'를 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여수시 한 관계자는 "원청 대기업 고용인원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여수산단 플랜트 유지와 보수에 투입됐던 일용직 근로자는 대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여수산단 플랜트 건설에 투입됐던 인원은 8783명. 올 1월에는 그 인원이 1780명으로 7000명 넘게 줄었다. 산단경협 한 관계자는 "상시 관리직도 있지만 정기 보수나 수시 보수를 위해 일용직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는데, 최근에는 신규 설비 투자가 거의 없고 공장 가동 정지에 따른 유지 보수 필요성까지 감소해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할 일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플랜트 건설업 근로자의 급감은 여수 경제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플랜트 건설업 종사자 수천 명이 여수로 일거리를 찾아왔을 때는 '원룸' 등 단기임대는 물론, 주변 식당 등 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이들이 썰물처럼 여수를 떠나면서 여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선지구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코로나19 때도 지금처럼 손님이 없지는 않았다"며 "교대 근무하는 이들이 낮에도 오고, 밤에도 많이 찾아와서 장사가 제법 잘됐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곳이 가동 중인 공장이다. 박해윤 기자
세수 감소로 지방행정도 타격공장가동률과 생산액 하락이 기업들의 영업이익만 감소시킨 게 아니다. 여수시 세수 감소로 이어져 지방행정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여수시가 2023년 거둔 법인지방소득세는 1654억 원. 그러나 지난해 551억 원으로 1103억 원 감소했다. 지방소득세도 2023년 2297억 원에서 지난해 1175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여수시 관계자는 "고연령층 증가로 복지 분야에 써야 될 돈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 세수가 크게 줄어 지방 살림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여수산단이 살아나야 여수 살림도 나아질 수 있을 텐데 전망은 밝지 않다. 석유화학 제품 특성상 원재료인 유가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오른 유가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까지 겹쳐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산업용 전기료'까지 급격하게 인상돼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여수산단 주요 10개사가 부담한 전기료는 1조6825억 원. 올해는 그보다 1717억 원 늘어나 1조854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수산단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고유가와 공급과잉은 우리 힘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외부 변수지만 산업용 전기료는 우리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며 "최소한 지난해 인상한 10%만이라도 원상 복귀시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단 한 유관 기관 인사도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경영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차등화된 전기료 책정 등 석유화학업계를 다시 뛰게 만들 다양한 후속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업용 전기료가 여수산단 석유화학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국회에는 현재 여수 출신 주철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이 계류돼 있다. 전기요금 감면과 세제지원, 인허가 간소화, 사업 재편 및 구조 전환 지원 등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산업을 살리기 위한 종합 지원책이 특별법에 망라돼 있다.?
한편 여수시와 전라남도 등 유관 기관들은 여수산단 위기 대응 협의체를 올해 초 구성하고 위기대응추진단을 신설해 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5월에는 여수산단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신·증설을 위해 신규 투자 때 투자 금액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비교 시점 대비 10% 이상 감소하거나, 대형 사고로 피해 규모가 1억 원 이상 발생한 '일정 규모 이상 피해'가 발생한 '일시적 경영 애로'가 발생한 기업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소상공인의 경우 7000만 원 한도로 5년 만기 연 2.79% 이율로 대출이 가능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10억 원 한도로 5년 만기 연 3.65% 이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수시는 앞으로 2년간 지방교부세 622억 원을 추가로 배정받아 자체적으로 산업 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지역사랑상품권 할인비용 일부도 국비 지원을 받는다.
여수시 관계자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과거에 없던 혜택을 받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근본적 해결책이라기보다 단기 처방 성격이 강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여수산단 기업인들도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올해 2차 추경을 통해 여수산단 기업지원을 위한 사업비로 10억7100만 원이 책정됐는데, 대기업을 제외하고 여수산단 중소기업 300여 기업에 돌아갈 몫은 한 기업당 30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산단의 한 기업 대표는 "실질적으로 여수산단을 살리려면 과거 막대한 이익이 났을 때 수천 억원씩 배당받아 간 기업들이 위기에 처한 산단을 살리기 위해 적극 투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지향적 첨단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기업들이 많이 늘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여수산단의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산업경쟁력 회복과 지역 경제 체질 개선을 목표로 19개 과제에 최소 3707억 원, 최대 1조 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남테크노파크 한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 업종의 위기는 나프타와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의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과 중동이 대규모 생산에 뛰어든 게 주원인"이라며 "앞으로 R&D 투자를 늘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스페셜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근본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5조 원 규모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석유화학 중심의 여수산단과 철강산업 중심의 광양산단은 전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군이 밀집한 지역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구조 전환도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여수와 광양 두 산단 입주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5조5628억 원을 투자해 '석유화학·철강산업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메가 프로젝트는 여수산단을 전통 석유화학 중심에서 2차전지 양극재 등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에너지·바이오케미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게 뼈대다. 이를 위해 글로벌 첨단기술기업을 유치하고 산단 내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에도 힘쓸 예정이다.
위기는 약한 고리부터 파고든다고 하던가. 여수산단 일용직 노동자가 떠나고 그 여파로 지역 경제가 초토화됐고, 이제는 지방 세수 감소로 지방재정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버티던 글로벌 대기업마저 하나둘 공장 문을 닫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경제성장 엔진 구실을 하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던 여수산단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위기를 재기의 발판 삼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농부가 얼마나 자주 찾아와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얘기다. 산단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자금과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산단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을 치르는 동안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방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여수산단은 고유가와 공급과잉, 그리고 산업용 전기료라는 3중고에 시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여수산단은 과연 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8월 2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석유화학산업을 주제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 업계가 뼈를 깎는 각오로 사업재편에 나서준다면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가 먼저 자발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면,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 연말까지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대 370만t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각 사별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도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에 발맞춰 규제완화와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업계의 자구책을 뒷받침하게 된다. 구 부총리는 "우리에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조선업'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며 "고통스럽겠지만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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