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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환경·에너지·기상 기능을 통합한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입니다. 쿠키뉴스는 성급한 평가보다 각 분야 현장에서 바라보는 기대와 과제를 짚고자 합니다. 국회, 지방정부, 산업,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 통합부처의 성공 조건과 정책 우선순위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릴레이 인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환경·에너지·기상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정부의 파괴적 혁신”으로 평가하며, 기후 대응을 규제가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전 력 불안 해소를 위한 ‘경기북부권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소개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평화경제를 결합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아기옹 교 수가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파괴적 혁신이 바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기후정책 추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무부처로서의 환경부 권한과 위상 한계였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목표’,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이를 달 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30 NDC를 발표했음에도 산업부는 제11차 전기본에서 상이한 전력계획을 수립해 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AI 산업은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이 기후테크 산업과 기후 대응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봅니다. 중국은 한때 ‘기후 악당’으로 불렸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녹색전환 산업이 GDP 성장의 40%를 차지할 만큼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후 대응을 ‘규제’와 ‘제약’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과거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후정책을 통합하고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까지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출범시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된 만큼, 기후 대응의 패러다임이 창조와 혁신의 단계로 전환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기후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한 가지를 꼽아주신다면 무엇입니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발표를 준비 중입니다. 48%, 53%, 61%, 65% 감축이라는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최종안을 확정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매우 도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만 합니다.
그러나 AI 산업 육성과 함께 전력 수급 불안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약 16GW의 전력이 필요하며, 이 중 11.5GW를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경기도의 전력자립도는 62%, 서울은 12%에 불과해, 수도권의 추가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현재 약 34GW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최소 130GW, 많게는 200GW까지 늘려야 하지만, 최대 난관은 부지 확보입니다. 13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는 약 1700㎢의 면적이 필요하며, 이는 서울 면적의 약 3배에 달합니다. 좁은 국토에서 이러한 부지를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에 저는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경기북부권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가장 현실적이자 전략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부가 민통선을 북쪽으로 5km가량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약 200㎢의 추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최소 필요 면적의 일부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게다가 접경 지역 주민에 대한 발전 이익 공유, 전기료 감면 등을 통해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자 한반도 평화 지대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화·기후 에너지 고속도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높습니다. ?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이 방안에 대해 면밀히 협의 중이며, 접경지역을 새로운 에너지 거점으로 전환해 국가 전력망의 균형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통합부처’ 기후부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리더십과 산업적 리더십을 동시에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정책적 리더십입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정합성이 맞지 않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실현 가능성이 약화되고, 산업계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며 송전망 확충과 투자가 지연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NDC의 방향에 따라 전기본이 연도별 감축을 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짜고 이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다음은 산업계에 대한 리더십입니다. 최근 한화큐셀과 OCI 등 주요 재생에너지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긴 것은 국내 기후산업 환경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각국 정부가 더 많은 친환경 보조금, 세제 혜택, 녹색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우리 산업계는 여전히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기후부는 단순히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넘어, 재생에너지 산업의 주도자이자 촉진자로서 산업 생태계 육성에 직접 나서야 합니다. 국산 부품 비중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 산업 기반을 지켜내야 합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국산 점유율이 급락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기술개발 투자, 입찰·시장 구조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기후부의 리더십 아래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이 맞물릴 때, 기후 대응과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루는 진정한 ‘통합부처’의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국회·예산 측면에서 기후부에 필요한 권한이나 역할 강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2024년 10조9000억원에서 2025년 12조500억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전년 대비 2%(1419만톤) 감소에 그쳤습니다. 이는 단순히 예산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감축 성과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효율적인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책의 정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후부의 예산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 예산안 기준, 기후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은 총 4조3095억원입니다. 그러나 세부사업 56개 중 무공해차 보조금(2조2631억원), 충전인프라 구축(9284억원), 노후상수도 정비(3700억원) 등 상위 3개 사업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송 부문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합니다.
결국 재정이 실제 감축 효과가 큰 분야로 충분히 흐르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작 필요한 기후산업 육성과 기후테크 분야에는 투자가 미흡합니다. 이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벤처·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공공조달 우대, 국산 우선발주, 경쟁입찰 시 안보·공공성 가산점 확대 등 국산 기술을 우대하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합니다.
특히 국산 부품 사용 시 입찰가중치와 우대가격 인센티브 부여, 대규모 공공사업의 국산 기자재 의무비율 설정 등 구체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기후부는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후대응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자형 부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후정책은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생활의 변화 과정입니다. 따라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참여와 공정, 투명성이 핵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합천댐 수상태양광입니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이 직접 지분을 투자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으며, 성공적인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발전사업자들이 사업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기금·연금·복지수당·사회공헌금 형태로 환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지역 상생형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규모 발전소의 입지나 용량 결정 권한이 여전히 중앙정부와 전력위원회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참여하거나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되, 지역 발전소 관련 안건은 지자체와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분권형 심의·의결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이 부동의할 경우 재심의 절차를 의무화함으로써, 형식적 절차가 아닌 실질적 협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송전망 사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송전선·변전소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주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9월부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주민보상 갈등과 행정절차 지연이라는 이중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의 실행력은 여전히 한전의 내부 운영 구조에 달려 있습니다. 한전은 재정 악화와 정보 비공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투명성 부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전이 정보공개 시스템을 대폭 확대하고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기후정책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보상과 투명한 절차, 그리고 지역이 주체로 참여하는 제도적 구조가 뒷받침될 때, 진정한 녹색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부에 바라는 점을 중심으로 추가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세금 인상이나 생활 불편이 동반될 경우 참여 의사가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한 불편은 감수하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국립기후위기체험센터를 설립해 대국민 기후교육의 플랫폼으로 운영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후 대응을 새로운 기회로 보는 정부의 인식 전환입니다. 당장의 불편과 어려움을 ‘파괴적 혁신’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기후예산 책정, 탄소거래제 운영, 재생에너지 확대, 이해관계 조정 등 모든 정책 영역에서 관습적인 방식과 절차로는 더 이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방식, 그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의 세계적 표준을 만드는 나라, 기후테크로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민이 신뢰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창조적 리더십의 부처로서, 대한민국의 녹색전환을 이끌어주길 기대합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