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조유빈 기자)
5만4584개. AI 도입을 이유로 2025년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 수다. 미국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가 인공지능(AI)을 해고 배경으로 언급한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다. 'AI의 저주'라고 불리던 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AI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던 바로 그 이유, AI가 인간을 대신하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가설이 현실화했다. 명분은 효율성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은 "AI가 신입 사원을 대체할 수 있다" "AI 기술로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결국 AI는 인간의 일 바다이야기#릴게임 자리를 빼앗게 될까. 사람이 나간 자리를 AI가 채울 수 있다고 확신한 기업들과 달리, AI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기업도 있다. AI를 비용 절감의 도구로 보느냐, 미래 성장의 엔진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업의 행보가 갈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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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행사 ⓒEPA 연합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절반이 미취업
AI로 인한, AI를 위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회계·재무·세무 등 분야에서 AI의 업무 알라딘게임 능력이 확인되면서 '고용'까지 위협받고 있다. 회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중 절반가량이 미취업 상태다. 저연차 신입 회계사들이 수행하는 반복 업무를 AI가 수행하면서 국내 회계 업계가 채용 규모 자체를 줄인 것이다.
과거 신입 변호사들이 하던 기본적인 문서 검토와 분석, 판례 검색 등은 AI가 몇 초 골드몽릴게임 만에 처리한다. 비용과 효율성에서 신입 직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 3년간 줄어든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AI가 경력이 적은 청년층의 정형화된 업무를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한다는 설명이다.
채용된 직원들에게도 릴게임 해고의 '칼바람'이 미친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에서는 그 흐름이 현실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는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코드의 30%를 AI가 만들었다"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이후, 1만5000명의 직원이 구조조정됐다. 최근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바이두도 AI 도구 도입을 확대한 이후 부서별로 10~30%의 인력 감축에 착수했다. 과거에는 바이두의 기업 간 거래(B2B) 고객 프로젝트 등을 위해 분야별 지식과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인력이 필수적이었으나, AI 활용 이후 지식 장벽이 낮아지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은 AI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이 3만 명에 달하는 광고 판매 조직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AI 기술이 광고 업무에 적용되면서 직원을 많이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광고 생성을 자동화하는 AI 도구를 도입한 후 광고주 사이에서 호평이 나오자, 구글은 AI가 광고 디자인·판매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IT 기업 IBM은 새해 전 세계 인력 중 수천 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 기술을 도입해 수백 명의 인사(HR) 담당 업무를 대체했다"고 했다.
AI가 고객 지원·서비스직, 인사·관리 지원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기업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을 시행한 데는 AI의 직간접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AI 상담원과 AI 에이전트가 고객 응대 업무를 상당 부분 처리하고 있다. 자동화된 백오피스 지원직, 관리직의 업무도 소화하는 AI는 이제 디자인과 개발 영역까지 손을 댄다. 반복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까지 감원 흐름에 포함되고 있다.
AI를 명분으로 한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터는 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실패하고, AI가 사람의 영역을 잘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는 미국 IT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입 사원을 AI로 대체하고, 경험 많은 직원과 AI 에이전트만 남기면 된다는 발상은 가장 어리석다"고 경고했다. 신입 직원이 AI 도구를 가장 잘 다루고, 그것이 오히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로 인력을 대체하는 것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내 핵심 인재 육성을 저해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년층 취업률이 급감하고 기존 숙련 인력 고용은 유지·증가하는 경우, 향후 기업 내 인재 육성 구조가 붕괴되거나 리더십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단기 이익을 위해 인력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인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2025년 1월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연례 기술 콘퍼런스 '바이두월드' 참석자들 ⓒAP 연합


하나은행·신한은행, AI 인력 전형 확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서 인력을 감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와 관련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일부 기업이 '인력 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일반 기술·지원직 인력을 대규모 채용하며 사람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AI를 개발·활용할 수 있는 고숙련 인재를 중심으로 인력을 뽑는 것이다. 대규모 감원에 나섰던 MS는 AI 인재 채용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효율성 높은 인력 운용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도 AI 기술 자체를 개발·확장하기 위한 핵심 인재를 확보하겠다며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AI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AI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69%였고, 중견기업은 68.7%, 중소기업은 56.2%로 조사됐다. 회계 업계나 금융권도 '디지털 인재'에 방점을 찍고 AI 관련 인력에게 문을 열고 있다는 추세다. 최근 채용에 나선 회계법인 삼일PwC는 회계 감사에 특화한 전용 AI를 개발할 인재를 뽑기 위한 '디지털 전형'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신입 채용에서 ICT와 디지털·AI 분야 인력을 채용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었고, 신한은행도 AI 전공자를 채용해 'AI 전담 애자일' 조직을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AI가 내년 국내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전문가 4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활용 확대에 따른 인력 축소 및 질적 채용 전환(63%), AI 이해 및 활용 능력 검증(46%)이 조직 적합성과 함께 채용의 핵심 지표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