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 미사 끝자락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증오와 폭력,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낳은 너무나 많은 상처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치와, 친교, 형제의 작은 누룩이 되고자 합니다.”
18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69)의 즉위식이 거행됐다. 야외 제단 한쪽엔 ‘착한 의견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성화가 자리했다. 이 성화는 레오 14세가 속한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섬기는 로마 인근 소도시 제나차노 성지에 놓인
새로닉스 주식 것으로, 인생의 선택 앞에서 지혜와 조언을 구한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한다. 성화 옆에 앉은 레오 14세는 ‘일치’(unity)라는 표현을 일곱번가량 쓰며 사랑을 통해 분열을 넘어설 것을 강조했다. “우리는 차이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역사와 모든 민족의 사회적, 종교적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러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도
하이트론 주식 록 부름 받았다”는 것이다. 가톨릭 내 정통파와 개혁파 간 심화되는 분열을 마주한 레오 14세가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제단 왼편에선 세계 각국의 정상과 왕족 등 156개 대표단이 평화와 사랑을 말하는 레오 14세의 강론을 들었다. 그는 “종교적 선전이나 권력의 수단을 통해 다른 이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다스리는
모바일릴게임종류 새로운 세상”을 소망했다.
제의를 입고 등장한 레오 14세 특유의 소박함도 엿보였다. 예수 그리스도와 가톨릭 순교자가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신발 대신 평소 신던 검은 신발을 착용한 것이다. 레오 14세가 따르겠다고 다짐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즉위 미사 때 친구에게 선물받은 검정 구두를 신어 화제가 됐다.
자산가치우량주 교황청은 이날 즉위 미사에 약 2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레오 14세를 보기 위해 수천명의 사람들은 이미 이른 아침부터 성 베드로 광장을 지켰고, 교황은 흰 ‘파파모빌레’에 처음 탑승해 신자들과 만났다. 흰색의 교황 전용 의전차량인 파파모빌레는 교황이 공적으로 외출할 때 사람들을 잘 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차량으로, 레오 14세는 방탄 지
컴투스 주식 붕도 없이 좀 더 가까이서 사람들을 맞이했다. 신자들은 “교황 만세”(Viva il Papa)를 외치며 환호했고, 미국 성조기가 나풀거리기도 했다. 이들 사이로 레오 14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날 행사와 즉위식을 위해 바티칸 주변에선 1000여명의 육군과 해군, 공군이 보안 작전에 들어가는 등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18일(현지시각) 오전 즉위 미사에 앞서 전용 차량을 타고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을 찾은 군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나지막한 목소리로 강론하는 레오 14세는 목에 팔리움을 둘렀고, 오른손엔 어부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전세계를 향해 레오 14세가 가톨릭 신자의 목자임을 알리고, 새 교황권의 확립을 선언하는 의식을 통과한 것이다. 흰 양털로 만든 띠 모양의 팔리움은 길 잃은 양을 돌보는 목자로서 신도들을 돌보는 교황의 사명을 상징한다. 추기경단 수석 부제 추기경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레오 14세에게 팔리움의 착용을 돕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어부의 반지를 교황에게 끼우고 그의 두 손을 맞잡았다.
레오 14세는 입을 꾹 다문 채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받아 들었다. 한동안 기도하는 자세로 공중을 응시하던 레오 14세가 눈물을 흘릴 듯 벅찬 표정을 짓는 사이 대중은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과거 교황의 인장으로 쓰인 역사를 지닌 반지는 레오 14세를 위해 순금으로 새로 제작됐고, 그의 라틴어 이름이 굵게 새겨졌다.
뒤이어 성직자와 신도들이 새 교황의 권위에 순종할 것을 맹세하는 순명서약을 위해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12명의 신자들이 제단에 올랐다. 여기엔 결혼한 부부와 젊은이 등 평신도도 포함됐다.
이날 즉위식에는 한국에선 유흥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참석했고,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경축사절단을 파견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