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원 기자]
▲ ?대학 탐방 프로그램 때 처음 만난 SK 미래관의 입구. 민주광장을 성벽처럼 두르고 서 있는 육중한 건물이다.
ⓒ 서부원
아이들은 "뭐가 문제냐"고 했고, 지방대 출신 동료 교
릴게임다운로드 사들은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의 위기'이자 '천박한 우리 사회의 징표'라고 여긴 내 생각은 주위 누구에게도 공감받질 못했다. 다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대학이라고 독야청청할 순 없겠지만, 바람보
손오공릴게임예시 다 먼저 눕는 풀처럼 변화 속도가 빨라 보였다. 졸업한 지 30년이나 지난 지금, 당시를 추억하는 게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끼면서도, 달라진 풍경에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했다.
몇 해 전 아이들과 함께 모교를 탐방한 적이 있다. 선배들이 직접 나와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교정을 구경시켜 주고 진학과 관련된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에게 약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속 장소를 정하라고 했더니 대뜸 'SK 미래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처음엔 학교 밖 시설인 줄로 알았다.
당시엔 기업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건물이 대학 내에 버젓이 세워져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명색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기업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후배들의 간식을 챙기러 간 곳도 대기업이 운영
바다신릴게임 하는 편의점이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놀라움은 약과였다. 이젠 교정에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건물이 드문 상황이 됐다. 'SK 미래관'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경영관', 'LG 포스코 경영관',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 '수당 삼양 패컬티 하우스', '상남 정경관', ' CJ 법학관', '하나 과학관' 등.
릴게임방법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과 금융회사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곳이 대학의 교정인지 기업 홍보를 위한 박람회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교정에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하늘을 가리고 있고, 녹지라고 해 봐야 길가의 화단이 사실상 전부다. 흙이 콘크리트로 완전히 덮였다.
기업의 돈으로 대학 건물을 지어주는 대신 이름을 새겨 홍보하는 효과는 커 보인다. 기업이 단과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처럼 불리고 있다. 예컨대, 경영대학 건물은 기업의 이름으로 대체되어 '현차관'이나 'L포관'으로 불리고,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은 '동글리'로 줄여 부르며, 마치 기업의 애칭처럼 활용된다.
친일파 '수당'까지 이름에... 그 시절 총학생회의 '사자후'는 어디로
▲ ?'한투 스퀘어'가 된 학생회관의 1층 내부 모습. 벽면은 기업의 '광고판'으로 사용되고 있고,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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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당'이라는 이름까지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등 금도마저 넘어섰다. 수당 김연수가 누군가. 일제강점기 조선임전보국단 등 대표적 친일 단체의 간부가 되어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데에 앞장선 인물이다. 해방 후 반민특위가 가장 먼저 체포한 악질 친일파다.
그가 반민특위 재판에서 무죄 방면된 사실은 해방 후 친일 잔재 청산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해선 눈 감은 채, 삼양 그룹의 창업주라는 점만 부각해 그를 기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교정에 그의 이름이 버젓한 건, 그가 대학을 설립한 인촌 김성수의 친동생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터다.
과거 대학 재학 시절, '인촌 기념관'의 명명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들 사이에서 큰 충돌이 빚어졌다. 설립자인 인촌의 친일 행적을 감춘 채 제2대 부통령과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교육자 등의 화려한 이력만 앞세운 걸 문제 삼았다. 본관 앞에 세워진 동상까지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
당시 학교 측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친일 행위는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른 인사에 견줘 과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으며,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수록되었다. 인촌 기념사업회와 <동아일보> 등에서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건, 동상의 철거 필요성까지 내세웠던 총학생회의 '사자후'가 지금도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범죄라면 몰라도 민족을 배반한 친일 행위를 묵인하는 건 '민족 고대'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라는 것! '민족'을 수식어로 앞세운 전통의 명문 사학으로서 치욕적인 일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당시 총학생회의 결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하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생들이 수당이 악질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이 스스럼없이 회자되고 있다는 건 그들이 친일 잔재 청산 문제에 무관심한 현실을 방증한다.
듣자니까, 대학생들 사이에서 친일 행위와 기업 활동을 분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고 한다. 이는 반민특위 재판부가 수당에게 무죄 판결한 논리와 똑같다. 나아가 조상의 친일 행위를 후손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기업의 이윤을 공익 목적으로 사회에 기부한 거라며 짐짓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기업 운영을 위해 친일 행위가 불가피했다고 여기는 그들의 '관대함'에 할 말을 잃는다. 하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금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도 '학교를 빛낸 동문'의 이름으로 기념물이 존치됐다. 일부 학생들이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학교 측의 반발과 다수의 무관심으로 이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학생운동의 성지' 학생회관마저 이름 빼앗긴 현실
▲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성지인 학생회관이 '한투 스퀘어'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기업에서도 민망했는지 그 아래 학생회관이라는 이름을 조그맣게 끼워넣어 놓았다.
ⓒ 서부원
급기야 명실공히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성지'였던 학생회관마저 최근 이름을 기업에 빼앗겼다. 학생회관에서 '한투(한국투자금융지주) 스퀘어'로.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선 '학관'으로 불리지만, 입구와 내부 곳곳에 기업의 이름이 박힌 만큼 호명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 듯하다.
기업의 이름을 앞세운 건, 학생회관 내부 리모델링에 대한 대가다. 교정의 여느 건물들의 이름이 신축의 대가라는 점에 견준다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나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새로운 가치를 과감히 만들어가는 여러분을 응원한다'는 글귀가 학생운동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나의 삐딱한 성정 탓일까.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던 총학생회장의 자리도 리모델링 과정에서 사라졌다. 과거 학생회관은 '민주 광장'에서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입구인 계단 위가 곧 연단이었고 무대였으며, 광장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었다.
▲ ?1985년 5월 11일 고려대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민족해방 민족통일' 슬로건을 걸고 굿판 대동제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더는 계단을 올라 들어갈 필요가 없고, 반지하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구석구석 동아리방마다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었고 새뜻한 문패를 달았다. 말끔해진 복도에 서면, 마치 오피스텔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기존의 '학관'보다 '한투 스퀘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환경 같긴 하다.
총학생회는 학생회관 4층에 자리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심장부'로 불렸던 곳이다. 그때와 지금의 역할이 같을 수도 없고 위상 또한 다를 테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자발적 학생 조직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과거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마다 대학 총학생회는 가장 먼저 저항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시대정신을 밝히는 등불이었고, 약자와의 연대를 통해 불의한 권력에 의연히 맞선 비판적 지성의 공동체였다. 이른바 'K-민주주의'는 그들의 헌신에 빚을 졌다.
그런데, 학생회관마저 이름을 빼앗겨 기업 클러스터의 일원이 돼버린 지금,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총학생회실 문밖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세워진 나무 팻말의 '사자후'가 되레 낯설다. 그들에게 진정 묻고 싶다. 지금 '민족 고대의 이름으로 불살라야 할 압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 ?총학생회의 옛 나무 명패가 문밖에 내려져 있다. 총학생회 이름 앞에 수식어로 적힌 '가열찬' 글귀에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그들이 불살라야 할 압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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