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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리다 보면 깜짝 놀라게 많은 살림살이 중에, 없을 때 가장 아쉬운 게 냉장고라고 하더라. 냉장고가 고장 나 그 안에 있던 구황작물 말랭이까지 다 꺼내 놓으면, 일 년은 장을 안 봐도 살아질 것 같다. 그러다가 새 냉장고가 들어오면, 또 부지런히 채우기 시작한다. 양문 냉장고야 말해 뭐하고, 그만큼 커진 김치냉장고가 원수다. 미래에 쓸 먹거리와 바꿀 자원을 냉장시키고 냉동해보자. 새삼스럽지만 그게 돈이다. 금융 앱에 숫자로만 찍혀 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 지하철에 타는 동안 돈이 모두 사라졌다고 상상해보았다. 지하철 패스는 어떻게 입수하고, 지하철은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들여오나. 뽀빠이릴게임 물물교환을 하려면 얼마를 얼마로 바꾸나. 게다가 상대가 내 물건만 받고 부도를 낼지 어떻게 믿느냐 말이다. 이런 엉뚱한 상상에 빠진 건, 『머니: 인류의 역사』 저자의 입담 덕분이다. 맥윌리엄스는 돈을 인류가 만들어낸 언어로 취급한다. 모든 걸 환산하고 축적 가능한 것으로 치환하면서, 사람들은 국경 너머 처음 보는 사람과도 거래를 할 수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있게 되었다. 영어와 달러보다 더 혹독하게 만국 공통어인 ‘돈’ 때문에,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숫자에 강하든 아니든, T든 F든 오늘도 ‘환산병’에 걸려서 피곤하긴 하다.
새로운 자산 투자에 혹하는 과정 처음에는 의심한다. 누가 잘 나간다는 소문을 듣 릴짱릴게임 는다. 한 번 시도해 본다. 어느새 습관이 된다. 그리고 믿게 된다. 한마디로, 의심 → 시도 → 습관 → 신념의 순서다. 도시로 간 옆집 큰아들이 그렇게 잘되었다며? 이번에 사극 영화 만든 J가 대박 냈다며? 세상일이나 투자나 다를 바가 없다. 이번에 상장한 코인이 열 배 올랐다며? 두쫀쿠부터 P2P까지, 형태만 다를 뿐 의심하다가 결 바다이야기#릴게임 국 혹하고, 열광하는 흐름은 같았다. ‘누가 잡코인을 해?’하겠지만, 주식도 네덜란드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투기 상품 그 자체였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돈을 빌려주려면 사람들이 돈에 대해 얼마나 깊은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할까?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 이 믿음이 생기면 돈은 마법을 부린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일단 사회적으로 돈에 대한 믿음이 뿌리를 내리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이 돈의 사이클을 받아들이게 된다.” - 『머니: 인류의 역사』 11장 중에서
위 문장은 이자만 돌려받는 영구채를 묘사한 것이지만, 원금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주식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반인들이 받는 충격은 그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내 친구들 중에는 집안의 가훈이 “주식 절대 금지”라고 씁쓸하게 웃는 이들이 꽤 된다.
비트코인은 또 다른 돈으로 남을까? 이 저자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금흐름이 없다는 ‘가치평가의 교과서’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 처음에 취지는 고상했다. 비트코인은, 국가가 무한 발행할 수 있는 피아트 머니(달러, 원 등 기존 화폐)에 대항하는 숫자가 한정된 화폐를 표방했다. 그러나 화폐로서 필수 요소인 가치가 안정적이지도 않고, 지금은 우스개가 된 에스페란토어처럼 사라질 운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돈은 ‘가치’로 남는가, 아니면 ‘믿음’으로 남는가. 과연 그런 걸까? “가치가 있으면 끝까지 붙들어라. 오를 것이다”라는 말이 맞는가? 케인스는 “언젠가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믿는 것을 너도 한번 믿어봐라. 오를지도 모른다”가 나을까? 너무 조급해지는 ‘투자하는 마음’ 한국 사회는 ‘지루하지 않은 지옥’이라고 자조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다. 지금은 전 세계가 하나로 엮여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세계의 조정자 역할을 하던 슈퍼파워 국가가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다 보니 이를 막아서는 연합체가 나서지 않는다. 일개 개미 투자자로서는, 주식시장이 서는 시간이 연장되고, 시장의 신용거래 잔고가 늘면서 주가지수가 하루 5퍼센트 넘게 급등락을 하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시간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어디서 또 공급을 해와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고수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자주 들었다. “투자에는 정답이 없다.” “공부한다고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내가 이번 책을 읽으며 혼자 해본 상상이다. “가치라는 것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흘러가는 풍문에 조금만 나의 소중한 자원을 실어보자.” “두쫀쿠도 하나만 맛보고, 1500만 관객이 들었다는 〈왕과 사는 남자〉도 한 번 보자. 그런데 딱 한 번만.” 사람은 이해해서 행동하기보다 익숙해져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뭉쳐서 강해졌고, 따라 하다 보니 때때로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그게 본성이다. 냉장고를 다시 채우는 사람처럼, 우리는 또다시 믿음을 쌓아갈 것이다. 정소연 에프엔미디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