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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노동자들이 달궈진 도로에서 차선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27명. 지난해 국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 사고 사망자 수다. 하루 평균 2.3명이 출근 뒤 돌아오지 못했다. 고용노동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수만 이만큼이다. 시민단체 ‘노동건강연대’가 매달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 사례를 모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이달의 기업 살인’에 기록된 수 역시 1년간 800여 명으로 엇비슷하다. 크게 줄지도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기록상 2010년대에는 1000 황금성슬롯 명 안팎을 유지하다, 2020년대 들어 800여 명을 유지하고 있다. 15년간 누적 사망자는 1만4600여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산업 현장의 재해 사망자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오직 ‘사고’로 숨진 사람을 의미할 뿐이다. 더 많은 수의 노동자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을 더하면 매해 릴짱릴게임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사망자 수는 15년간 2만9800여 명이다. 기록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죽음이 더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숫자는 압도적이지만, 동시에 앙상하다. 거기엔 현장과 개개인의 사연이 담길 수 없다. 노동건강연대가 ‘이달의 기 릴게임골드몽 업 살인’을 통해 보도된 죽음 하나하나를 두세 줄의 간결한 언어로 기록하는 귀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더 긴 기간의 사연을 발굴할 필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지난 15년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개별 산업재해의 위치와 사연을 일부라도 복원하고자 데이터의 힘을 빌리고 있다. 전체 사고 가운데 일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부를 자세히 기록한 안전보건공단의 ‘재해 사례’ 게시물 데이터를 수집한 뒤 정제하고 위치 정보를 붙여 지도화하는 작업이다(〈그림〉 참조). 내용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정량적인 정보도 기록했다. 이를 통해 15년간 발생한 사고 중 대표적인 사고 약 700건을 지도로 만들 수 있었다. 비록 한 해에 발생한 재해 사고 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사례로 언급된 대표적 야마토게임방법 사고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사이트 주소: sciencesay.shinyapps.io/ind_acc).





읽다 보면 한 줄 한 줄이 숨 막히고 아찔하다. 사고 사례를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고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면 ‘떨어짐’이 174건(25%)으로 가장 많았고, 질식·중독(89건, 13%)과 끼임(81건, 12%), 깔림(67건, 10%), 부딪힘(63건, 9%)이 뒤를 이었다. 중력을 거스른 채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추락하거나, 인간의 힘을 압도하는 거대한 기기에 속수무책으로 끼인 사례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기록된 사례를 통해 주요 업종별로 어떤 유형의 사고가 많았는지 나눠 보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떨어짐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 외의 사고 비중은 조금씩 달랐다. 무너짐은 건설업에 많고, 조선업에서는 깔림과 부딪힘의 비중이 컸다. 서비스업도 부딪힘과 끼임 사고의 비중이 크고 감전도 많았다. 제조업은 폭발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사고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한 명인 경우가 가장 흔했지만, 여러 명이 사망한 사고도 많았다. 재해자를 구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다른 노동자가 추가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신영 기자가 제작한 산재 사망 데이터 웹페이지의 화면. 지역별 사고사망만인율, 사고 원인, 업종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sciencesay.shinyapps.io/ind_acc ⓒ윤신영





윤신영 기자가 제작한 산재 사망 데이터 웹페이지의 화면. 지역별 사고사망만인율, 사고 원인, 업종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윤신영



지난 11월에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약 3년간 노력한 끝에 고용노동부로부터 ‘2022~2024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를 받아 공개했다.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얻은 성과였다. 날짜와 위치, 사고 유형, 사망·부상자 숫자는 물론이고 원·하청 기업 실명이 포함됐다. 특정 기간 중대재해가 발생한 모든 기업 명단이 제대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사고의 62%, 사망자의 64% 하청기업

3년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887건을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이 317건으로 가장 많고(36%), 끼임(115건, 13%), 맞음(111건, 13%), 부딪힘(99건, 11%), 깔림·뒤집힘(74건, 8%)이 뒤를 이었다. 앞서 15년치 사례를 분석한 결과와 엇비슷하다. 질식·중독의 비중(3%)이 적은 것만 다르다.


이 결과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기업 데이터이다. 해당 기간에 사망자 발생자 수가 많은 원청 기업을 순서대로 뽑아보면, 2024년 6월 배터리 공장 화재가 난 아리셀이 1위로 나온다. 대형 사고 한 번으로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사망자 한 명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경우였다. 반복 발생이 잦다는 뜻이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상위 10%에 해당하는 73개 기업이 전체 사고의 25% 이상(226건)을 차지했다. 사고는 산업 전반에서 무작위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 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사고의 62%는 하청기업에서 일어났고, 사망자 역시 64%는 하청기업 직원이었다. 데이터는 이 희생 다수가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정말, 줄일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연재에서 산업재해 이야기를 길게 쓴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사회의 온갖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산업 현장의 안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걸 측정하거나 개선하려는 연구가 부족할 뿐이다.


그럼에도 일하는 사람의 몸과 안전에 기후위기가 미칠 영향을 살핀 소수의 연구 사례가 있다. 우선, 온도가 높아지면 작업 노동자의 부상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자를 대상으로 11년간의 여름철 온도와 업무 관련 부상의 상관성을 연구한 2017년 논문에 따르면, 온도는 다양한 조건의 노동자의 부상 위험과 관련이 있다. 젊은 노동자의 경우 일 최고기온이 1℃ 높아질 때에 부상 위험이 0.8%씩 증가했고, 일 최저기온이 1℃ 높아질 때마다 부상 위험이 1% 높아졌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분야의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는 최고기온이 상승할 때 부상 위험이 특히 높았다. 여성, 25~35세, 고령, 강도가 높지 않은 신체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최저기온 상승과 상관성이 특히 높았다. 최고기온은 작업 능력을 떨어뜨리고 피로와 현기증을 유발하며 땀과 김으로 안전을 위협한다. 개인 보호복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최저기온은 보통 야간의 기온을 올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음 날 피로를 늘리며 작업 중 부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름 0.56℃ 오르면 사망 위험 37% 증가

다양한 연구가 이런 경향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다른 지역이나 캐나다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도 최고기온과 부상 위험 증가 사이에 비슷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이탈리아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는 여름 일 평균기온과 해당 기간 건설 및 운송, 에너지 분야 실외 작업 노동자의 부상 증가가 상관관계를 보였다. 2002~2015년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와 기상청 기상 자료를 이용해 노동자의 건강 영향을 분석한 2021년 논문에서 역시, 열은 노동자의 부상 및 사고 위험 증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특히 일 최고기온과의 상관성이 컸다고 보고한다.


부상 위험 외에도, 높아진 기온은 노동자의 질병 위험 역시 증가시킨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2004년 연구에 따르면, 여름 평균기온이 0.56℃ 올라갈 때마다 노동인구에서 열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7% 증가한다. 국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연구 역시 일 최고기온은 감염병과 뇌 및 심혈관 질환, 비뇨생식기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우면 일하기 힘들고, 불편하고, 아프고,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데이터와 과학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책이나 정책을 위한 논의는 바로 그 기반 위에서 견고하게 시작될 수 있다.


일터의 안전과 기후위기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24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24억명 이상의 노동자가 작업 중 과도한 열에 노출되며 이 때문에 부상 2285만 건, 사고 사망자 1만8970명이 발생한다. 그나마 열에 의한 직접적 영향만 따진 결과다. 야외 작업 중에는 자외선 노출이나 오염물질 흡입, 감염에 취약하고, 이 역시 안전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업 중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된 노동자는 연 16억명으로 이 가운데 1만8960명이 피부암으로 사망한다. 매년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 사망하는 야외 노동자도 86만명에 이른다. 매개곤충 등에 의해 감염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도 1만5000명 이상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기승을 부릴 요인들이다.


극한 기상현상도 마찬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1년 추정에 따르면 1970년 이후 50년간 극한 기상현상으로 사망한 사람은 20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 현장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 기상현상의 강도와 빈도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827이란 숫자로 돌아온다. 여러 연구에서, 점차 더워지는 기후는 사고와 질병 위험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쉽게 말하면 위험의 증폭기다. 데이터를 보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에 우리가 827보다 더 큰 수를 보게 될지 아닐지 예측하는 일이 아니다. 그 수를 ‘어떻게 줄일까’이다. 증폭기가 힘을 쓰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길도 있다. 827이란 수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거대한 위험 증폭기 앞에 가능한 한 작은 수를 내밀어야 한다. 예고된 희생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윤신영 (과학 저널리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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