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기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40명에 가까운 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은 더 이상 새롭지 않기에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조경아의 소설 <안락정원>(2026년 2월 출간)은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정서적 사각지대에 몰려 생을 마감한 이들, 만약 그들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삶을 다시 바라볼 시간을 준다면 그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을까?
릴게임무료 ▲ 조경아 지음 <안락정원>?표지
ⓒ 나무옆의자
이야기는 주인공 테오가 영종도 하늘도시 외곽에 있는 주상복합
모바일야마토 빌라 '안락정원'에 입주하며 시작된다.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위장 입주한 테오에게 이곳은 자살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죽고 싶어서 입주하는 곳이라는 기묘한 공간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은 예상과 다르다. 입주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의무적인 노동을 수행한다. 안락정원에 오기 전까지 죽
야마토게임예시 음을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로만 여겼던 테오는 이 공동체 안에서 점차 내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 책은 사각지대에 몰려 죽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믿고 있던 이들이 삶 쪽으로 다시 한번 내딛는 이야기다.
"그 어떤 곳에서도 우리가 함부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은 없는 것
릴게임5만 같아요."
소설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고립이 심화하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초상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연결고리는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이에 작가는 '안락정원'이라는 연대의 공간으로 답한다.
안락정원에서 테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의 하루는 입주자들과 함께 먹는 아침밥으로 시작해 반찬 가게, 커피숍 직원으로 일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돌봄 노동을 하고, 다시 함께하는 저녁밥으로 마무리된다.
방에 갇혀 슬픔에 빠져있다가도 밥을 먹기 위해 얼굴을 맞댄다. 방 안에 누워, 채 뻗지 못한 이의 손을 붙잡아 일으킨다. 죽음을 바라보던 이들, 입주자들은 같은 아픔을 간직한 타인의 손을 잡아 삶으로 이끈다.
"안락정원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한마디로 다른 입주자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삶을 이어갈 이유나 힘이 현저하게 부족한 분들이죠.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전담해서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테오의 변화하는 내면은 이러한 안락정원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주 초기, 테오는 잠에 빠져들려는 찰나 천장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야구방망이 소리에 분노한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을 무례하게 침범하는 소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소음은 역설적으로 자기혐오에 빠져있다가 현실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흐른 뒤 똑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테오는 돌연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이 더 이상 소음이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는 누군가의 마음'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 그 연결의 확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인 사람, 경제적 벼랑 끝에 선 사람,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사람 등 살아갈 동력이 부족한 이들은 역설적으로 타인의 존재를 통해 삶의 끈을 다시 붙든다. 안락정원은 이들에게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정서적,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테오는 소설 초반부 안락정원의 정체에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 의심의 밑바닥에는 삶을 존중받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자살이라는 현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편함이 깔려 있다. 작가는 묻는다. 그들이 내몰린 선택이 진정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혹은 사회적 고립의 결과는 아닌지를 말이다.
동시에 소설은 삶의 복원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죽음의 의미를 함께 짚어낸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한 어르신의 마지막을 지키던 테오가 연명치료를 택하지 않고 떠나는 그에게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부디 가시는 길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스스로 생을 끊으려는 인위적인 종결이 아닌, 자연스러운 죽음 곁에도 결국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서로의 삶을 돌보는 과정은 작가의 세밀한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작가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여러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삶을 포기하려다 다시금 생을 향해 고개를 드는 인물들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그들의 아픔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은 독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인생이 낙하산 타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해. 정말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가거든. 첨엔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 갑자기 떨어지다 보니, 낙하산 하나 달랑 메고 떨어지는 게 정말 아찔하게 여겨지기도 할거야. 근데 또 저 멀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재미도 있구나 싶거든."
소설 속 대사처럼 삶은 때로 고달프고 구차해 견디기 힘들 것 같다가도 예상치 못한 작은 웃음과 타인의 온기로 인해 계속될 수 있음을 글은 나직이 전한다. 자살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다 끝내 무너지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내려가는 길이 너무 힘들면 잠시만 숨을 돌리고, 도와달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거야."
<안락정원>은 우리에게 말한다. 삶을 붙드는 힘은 혼자가 아니라, 그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있음'을 인지하고 그 연결을 믿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