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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이 기증한 보물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뉴시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족패천하’(足覇天下)
1947년 백범 김구 선생은 이같은 한 마디 휘호로 지도자 손기정이 이끈 서윤복 선수의 미국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축하했다. 태극기를 달고 이룬 최초의 승리였다. 이어 1950년 보스턴 하늘에는 태극기만이 가득했다.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가 마라톤에서인터넷게임사이트
나란히 1, 2, 3위를 거머쥐면서다.
여기서 의미를 따온 전시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25일 막을 올렸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손기정의 힘찬 발걸음을 따라가는 전시다. 이 자리에는 손기정의 서명이 담긴 손바닥만 한 작은 엽서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많은 축하객들을차트
만나는 동안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 조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느냐는 것이었다.”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은 훗날 자신의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잃었던 조국을 다시 찾고자 애쓴 마음을 보여주듯 그는 ‘손긔졍’이라는 한글 사인과 곁들여 조선 바다이야기
지도를 그려주거나 ‘KOREA’라는 영문자로 국적을 표시해 자신의 고국을 알리려 했다.
1936년 8월 15일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 뒤에 어느 독일 팬에게 해준 한글 서명. 개인 수집가 허진도 씨가 입수한 자료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주식투자컨설팅
립중앙박물관]
민족의 긍지와 위상을 전 세계에 전하고자 했던 이런 그의 흔적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 엿새 후인 1936년 8월 15일 손기정이 어느 독일 팬에게 서명해준 작은 엽서 한 장에는 ‘Marathon K.Son 손긔졍 KOREAN 1936. 15. 8.’이주식매매방법
라는 문구가 또박또박 새겨져 있다. 금메달보다 더 선명한 마라톤 영웅의 역사적인 메시지다.
이 엽서 한 장은 올림픽이나 스포츠 관련 우표를 모아온 허진도 씨가 1979년 독일의 한 경매에서 입수한 것이다. 흰 종이에는 당시 올림픽에서 손기정을 언급할 때 ‘공식적으로’ 사용한 일본식 이름인 ‘기테이’(KITEI) 대신 ‘손긔졍’이라는 한글이 쓰여 있다. 허 씨는 “경쟁 입찰 끝에 당시로선 거금을 들여 샀다”며 “정말 귀해서 여태껏 전시에 내놓는 것도 아꼈다”고 전했다.
1936년 8월 10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새롭게 발굴됐다. 손기정의 우승 소식을 전하는 제목은 ‘일본이 마라톤을 제패했다’고 쓰였지만, 본문에서는 ‘한국 출신’(Korean-born)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인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가 단독 전시됐던 공간에 올림픽 금메달, 월계관, 우승 상장도 한데 모였다. [뉴시스]
그간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인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가 단독 전시됐던 공간에는 손기정기념관이 소장한 등록문화유산인 올림픽 금메달, 월계관, 우승 상장도 한데 모여 의미를 더했다.
이 투구는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 코린트에서 제작된 것으로, 1875년 독일 고고학자가 올림피아에서 발굴한 유물이다. 당초 이 투구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특별 부상으로 수여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손기정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박물관에 보관됐다. 이후 오랜 노력 끝에 1986년 베를린 올림픽 5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손기정의 품으로 돌아왔고, 이듬해인 1987년 보물로 지정됐다. 손기정은 “이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에서는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청년 손기정부터 1947년·1950년 한국의 이름으로 나가서 세계를 제패한 그의 제자들,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노년의 손기정까지 인공지능(AI)로 재현한 영상 콘텐츠도 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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