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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7-0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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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은 통합과 포용,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기능을 확대·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큰 방향은 제시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 정부·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성평등 정책을 담당한 전현직 공무원, 학계 전문가 등 10명에게 새 정부가 무엇을 해야 ‘성(젠더)평 과외중개업체 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물었다. 이들은 여가부 간판만 바꾸거나 지금의 성평등 추진 체계만으론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이 조장한 ‘젠더 갈라치기’를 넘어 ‘젠더 연대’를 위해 각 부처에 흩어진 법·제도를 성평등 관점으로 묶어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구심점을 단단하게 재구축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성평등’ 자연산활어 왜곡을 넘어서
정부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여성가족부 변천사. 한겨레 자료.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탄핵 광장에서 여성들은 안전한 일상과 일터에 재테크와 자산관리 서 동등한 권리, 자유롭게 가족을 구성하고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요구했다”며 “이는 젠더 관계, 즉 여성과 남성 간 관계를 바꾸려는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하므로 젠더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더법 전문가인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섹슈얼리티(성과 재생산 및 이를 둘러싼 사회규범을 통칭), 가족, 노동, 평화 등이 유기적으로 회사내규에 따름 연결된 ‘포괄적 젠더 정책’이 필요하다”며 “여성과 남성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공생하는 관계로 법과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했다.
한 사회의 젠더 구조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고립된 채 홀로 죽음을 맞는 중장년 남성이 유독 많은 배경엔, 삶의 짐을 나누기 어렵게 하는 가부장제가 있다. 그런데도 성평등이 여성만을 내컴퓨터 도구 위한 정책이라는 왜곡을 강화해 ‘젠더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정치 세력이 커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성평등이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울러 사회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차별과 혐오, 폭력이 사라지고 성별 고정관념이 달라지는 건 남성에게도 큰 이득”이라며 “성별에 상관없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게 성평등이고 이런 정책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난 좋은 점을 보여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역지자체에서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ㄱ씨도 “여가부가 그간 여러 부처와 다양한 성평등 사업을 했지만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며 “시민 모두가 성평등 정책의 수혜자라는 걸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터 차별부터 젠더폭력 대응까지
새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유지 중인 성별 임금 격차를 비롯한 노동시장 내 차별 개선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김경희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성별 임금 격차는 여러 복합 차별이 구조화된 결정체”라고 했다.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까닭에 경력단절 문제가 나타나고 성차별적 문화로 인해 채용·승진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며,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기 훨씬 쉬운, 원인과 결과가 계속 순환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5%(2023년)에 이르고, 결혼·혈연 밖 가족도 늘어나지만 이를 받아안지 못하는 가족정책 개편도 시대적 과제다. 새 가족정책엔 성차별적 돌봄 구조를 깨뜨릴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국가가 자녀 낳기를 종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성·재생산권(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피임·임신·임신중지·출산·완경 과정 등에서 건강을 보장받을 권리) 강화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양현아 교수는 “임신, 출산 혹은 임신중지, 돌봄, 성교육을 아우르는 성·재생산권 실현 정책이 매우 필요한 타이밍”이라며 “성·재생산권 보장 정책은 경제 지원 중심의 하향식 저출생 정책과 달리 아래로부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과 맞물린 온·오프라인 성폭력 등 여성 피해자가 대다수인 젠더 폭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진짜 성평등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이런 과제는 여가부 확대·강화만으론 대응이 어렵다. 필요한 법·제도가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데다 여가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놀랄 만큼” 협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 내 차별 문제와 관련해 여가부는 주로 경력단절 여성을 지원하는데, 애초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단축과 육아휴직(고용노동부), 아동·청소년 돌봄(보건복지부·교육부·여가부 등), 성차별 시정(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등) 정책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각 부처에서 주력 업무로 자리잡지 못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5일 제9차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22대 대통령 후보들을 향해 성평등 노동 공약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가부는 5년마다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무총리 소속 양성평등위원회가 기본계획을 포함해 주요 성평등 정책을 심의·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여가부엔 다른 부처를 움직일 힘이 없고 양성평등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성평등 관점으로 정책을 통합·시행하는 추진 체계를 다시 짜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시기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엄규숙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전담 부처가 없는 정책은 표류하기 쉽기 때문에 (향후 출범할) 성평등가족부는 국가 성평등 목표와 정책을 총괄하며 다른 부처가 이런 걸 하면 좋겠다고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 정책 등 유관 업무를 성평등가족부로 옮기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희경 전 여가부 차관은 “아동(아동복지법상 18살 미만)과 청소년(청소년기본법상 9~24살)은 가족을 벗어나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 소관인 아동 정책을 성평등가족부로 보내 아동·청소년과 가족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부처 규모를 키워야 권한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양성평등위
양성평등위원회는 각 부처 장관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체다. 그러나 전직 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회의는 자주 열리지 않으며 그마저 주로 서면으로 진행한다. 형식적이라는 뜻이다. 대통령 소속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도출하는 민관 협력체로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이경숙 전 여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양성평등기본법을 보면 위원회 아래 실무위와 (소관 사항을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분과를 둘 수 있다”며 “각 분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개선안을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하고,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국을 성평등 전담 부처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 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국가성평등지수나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 순위(2024년 기준 146개국 중 94위) 목표를 구체적으로 내걸라는 조언도 나왔다. 엄규숙 교수는 “고용률이나 성별 임금 격차를 조금만 줄여도 성 격차 지수를 많이 개선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임기 초 향후 5년간 지표를 어느 정도 올릴지 목표를 제시하고 성평등 전담 부처가 유관 부처와 함께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양성평등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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