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연출의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은 지난 2002년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나는 당시 공연을 보지 못했으나 24년 만에 리부트된 무대는 굳이 과거를 들춰보지 않아도 그 진화를 직감케 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구현하기 힘들었을 압도적인 LED 영상으로 무대의 미장센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오프닝 시퀀스인 궁궐 장면부터 화려한 첨단 무대 메커니즘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뮤지컬은 ‘삼국사기’ 열전 편에 기록된 ‘도미부부 설화’를 소재로 삼았다. 제목이 ‘몽유도원’인 이유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고 최인호 작가가 1995년에 쓴 소설 ‘몽유도원도’를 직접적인 원작으로
황금성릴게임 삼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몽유도원도’는 조선 세종 때 안평대군이 꿈에서 노닐던 도원경의 선경을 화가 안견에게 이야기해주고 그리게 한 그림의 제목이다. 최인호 작가는 백제의 개로왕의 꿈에서 시작되는 설화를 두고 같은 제목을 붙였는데 작가는 “나는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이와 같이 피처럼 절실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일찍이 본 적도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들은 적도 없다.”라고 했다. 뮤지컬 ‘몽유도원’ 역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서력 469년 백제의 21대 왕이었던 개로왕은 꿈에서 절세의 미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었는데 잠에서 깨어나서도 그 여인을 잊을 수 없어 화공을 불러 여인의 모습을 똑같이 그리도록 한 후 그 그림을 전국에
바다이야기하는법 보내어 닮은 사람이 있으면 왕궁으로 불러들이도록 한다. 어느 날 채홍사가 마한의 옛 부족민이 모여 사는 도원에서 마침내 그 여인과 꼭 닮은 ‘아랑’을 발견하지만 그녀는 이미 ‘도미’와 결혼한 사이였다. 그러나 무도하고 욕심 많은 개로왕은 아랑을 궁으로 들이고 도미의 두 눈을 멀게 한 후 멀리 쫓아버린다.
노예 신분이었던 천민이 왕비가 될
야마토게임 수도 있는 자리에 오른 아랑.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 권력자인 왕을 상대로 정절을 지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랑은 굽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아랑은 열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어 훗날 ‘춘향전’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다. 죽음을 뛰어넘는 정절이란 것이 지금 시대에는 고루하고 뒤떨어진 유교적 윤리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굳건한 믿
릴게임 음으로 이어져 있는 사랑, 권력의 겁박에 굴하지 않는 아랑과 도미의 모습은 여전한 감동을 준다. 나 또한 대왕과 대비되는 힘 없는 백성의 고난과 사랑에 감정이입 되어 여러 장면에서 울컥했다.
아무리 불변의 진리를 얘기한다 한들 1,500년 전의 설화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뮤지컬 '몽유도원'이 가진 종합예술로서의 총체적 장점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대를 꽉 채우는 LED 영상을 통해 궁궐, 달밤의 나루터, 소용돌이치는 강물, 노을 지는 하늘 등의 배경이 생생하게 구현되어 무대 몰입이 극대화되었고, 밀도 있게 짜인 주요 넘버를 배우들의 빼어난 가창력과 좋은 감성으로 훌륭하게 전달했다. 내가 본 날은 팬텀싱어에서 봤던 김주택이 대왕, 김성식이 도미 역을 맡았는데 특히 나는 김성식의 팬이어서 그가 배 위에서 절절하게 부르는 '어이해 이러십니까'가 무척이나 좋았다. 들은 얘기로는 이충주 배우의 도미 역할 역시 훌륭하다고 한다.
윤호진 연출은 이번 '몽유도원'의 기획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불변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의 보편적인 것이지만 작품은 시종일관 한국의 미를 의도적으로 강하게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풍경을 수묵화와 여백으로 처리한 미장센, 바이올린과 해금, 서양 퍼커션과 국악 타악기 등 오케스트라와 국악기의 조화, 현대적인 선율과 어우러지는 국악 장단, 전통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무용, 전통을 형상화한 의상 디자인 등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게다가 그 완성도가 높다. 일례로 고향 잃은 민중들의 한과 새로운 다짐을 담아낸 노래 '아리랑'은 최근 K-POP 그룹의 앨범에 사용된 파편화된 사례에 비하면 그야말로 맥락 있는 ‘K-컬처’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몽유도원’의 해외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가능한 한 많은 세계인이 이 작품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예술을 통해 아름다움과 사랑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 뮤지컬 '몽유도원'이 품고 있는 그 정신이 바로 K-컬처가 지향하는 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개로왕은 현실의 누군가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왕. 오늘날에도 바다 건너 어떤 이가 왕 노릇을 하며 죄 없고 힘없는 민중들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왕에게 굴복하지 않는 도미 부부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예상하다시피 도미와 아랑은 모진 풍파를 겪지만 작품은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우리 인생에도 역시 끝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 일장춘몽을 되뇌는 것처럼 이 풍진 세상 역시 나중에 한바탕 꿈으로 기억될지 저세상 가봐야 알 일이다. 전 세계가 전쟁으로 유난히 아프고 어지러운 지금의 시기 또한 온 인류가 함께 꾸고 있는 한낮의 꿈이라면 좋겠다.
▶▶[관련 칼럼] 도가로 재해석한 도미 설화, 한국 뮤지컬의 멜로드라마를 제시하다
김상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