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댄스컴퍼니 현대무용 ‘해머’ 공연 장면. 예테보리 댄스컴퍼니 제공


“한국 관객들이 야유를 좀 하나요? 야유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2022년 스웨덴에서 초연된 ‘해머’ 공연을 위해 예테보리 댄스컴퍼니와 함께 내한한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41)이 관객 야유를 자청했다. 그는 “야유 자체가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각자가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엘지(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에크만은 “관객 야유가 예술가인 내겐 고통스럽겠지만, 전 야마토게임연타 체적인 예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 무용 ‘해머’의 무대 위엔 실제로 커다란 망치가 걸려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는 점점 더 격렬해지는데, 어느 순간 무용수가 망치를 집어들고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린다. 14~16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해머’는 강렬한 시각 이미지와 폭발적인 춤 동작, 유머러스한 사이다릴게임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댄스컴퍼니 현대무용 ‘해머’ 공연 장면. 예테보리 댄스컴퍼니 제공


작품의 출발점은 에크만이 그리스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목격한 장면이었다. “2명의 10대 릴게임모바일 청소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 순간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일상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걸 보면서 저는 ‘인류가 이제 스스로를 촬영하는 존재가 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대, 그 안에서 느끼는 혼란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해머’란 제목에 대해선 “단단해진 릴게임몰메가 자아를 깨뜨리고 다시 열리게 하는 상징인데, 균형 잡힌 자아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해머’는 현대인의 습성이 돼버린 과도한 자기 몰두에 풍자의 칼날을 들이댄다. 에스엔에스(SNS) 이용자가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처럼 장면을 수시로 전환하는데, 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에 갇힌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듯하다. 바다이야기사이트 에크만은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리고 있고, 저 역시도 왜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볼까 자문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 엘지아트센터 제공


“제 내면으로 돌아가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공연장에 있는 모든 관객이 무대에 완전히 몰입해 침묵 속에서 한 사람도 움직이지 않는 그런 순간, ‘극장의 마법’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유머는 이런 마법을 실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유머는 위대해요. 저는 웃는 걸 정말 좋아하고, 특히 사람들이 함께 웃을 때 느껴지는 그 순간을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유머엔 ‘어둠’이 깔려있다. “유머는 언제나 진지함이란 맥락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어요. 그저 가볍게 웃기려고 하면, 그건 진짜로 웃기지 않아요.”
무용수로 출발한 에크만은 21살 젊은 나이에 안무가로 전향한 이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 세계적인 무용단과 협업하며 유럽 무용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비주얼과 거대한 스케일로 유명하다. ‘플레이’에선 무대 위로 4만개의 녹색 공을 쏟아냈고, ‘백조의 호수’에선 물 5000ℓ로 무대에 거대한 호수를 구현했다. 이번 공연엔 한국인 무용수 김나영·정지완도 출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