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GPT]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작 ·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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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제공



하반기 넷플릭스 최대 화제작 <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은 좋은 친구였던 은캔들미디어 주식
중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뒤에도 뻔뻔히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던 그녀가 뒤늦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 건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평생 감추고 싶던 뒤틀린 속마음을 드러낼 용기를 줬던 건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각, 질병이 죽음을 재촉하며 삶의 길이를 바짝 당긴 순간 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과 중다스텍 주식
요했지만 외면해온 것들이 구별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만나면 나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게"라고 말해봐도 그럴 기회가 올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1886년에 발표된 톨스토이의 오랜 명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속 이반 일리치와 2025년의 상연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후 느닷없이 죽음을 주식쟁이들의수다
앞두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연이 둘만의 비극은 아닙니다. 성공이야 못할 수도 있지만 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그 시기 역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죽는 것만큼 부조리한 일은 상상할 수 없다'던 알베르 카뮈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통사고로 향년 46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야마토게임방법
우리 모두를 위한 죽음 이야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입니다.

◇ 이토록 사실적인 죽음의 민낯




AI 생성 이미지


이반 일리치는 러시아의 한 판사, 성공한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자랑'으로 통했습니다. 적당히 똑똑하고 활달하고 예의바른데다 근면성실하기까지 했습니다. 부지런히 일하며 경력을 쌓고 인맥을 넓혔습니다. 사교 활동 중에는 좋은 가문의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40대 초반에는 예심 판사로 승진했고, 높아진 봉급으로 이사 갈 더 큰 집도 있었습니다. <어쩔수가없다>의 만수처럼 '다 이뤘다'고 할 만한 인생 같습니다.
병이 찾아온 건 그때였습니다. 새 집 인테리어를 손보던 그는 커튼을 달기 위해 올라갔던 사다리에 올라서다 추락했고, 이후 원인 불명의 옆구리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작은 부상이라 여겼던 고통은 점차 심각해지며 삶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토록 완벽해보이던 삶이 없어도 그만인 커튼 하나 달다 별안간 막을 내린다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결말을 예감하며 육체적 고통만큼 크게 찾아온 건 정신적 고통, 분노였습니다.
가족, 의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 중 누구도 이반 일리치를 그 자신만큼 연민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통증으로 예민해진 그의 심술을 피해 예매해둔 공연을 보러 외출을 서두릅니다. 의사는 건조한 목소리로 형식적인 진단을 내리고 필요한 지시 사항을 안내할 뿐입니다. 장례식에서 관습적인 위로를 건네던 직장 동료들의 진짜 관심사는 그가 만든 공석으로 촉발될 인사이동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타인의 죽음이란 그저 유감스러운 사건일 뿐,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야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배신감에 괴로워하던 그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의외의 인물은 주방 하인 ‘게라심’. 체면이나 위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는 병든 주인을 밤새 진심으로 간호하곤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될 텐데요. 수고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돌이켜보면 죽음을 앞두고 그를 덮친 허무와 고립감은 '스불재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이반 일리치 역시 실은 그를 실망시켰던 주변인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그럴듯한'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법조인은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자 성공의 지표, 개인적 열정보다는 최상류층의 사람들이 바람직한다고 여겨주는 일을 한다는 허영심이 삶 전반을 지탱했습니다. 공무를 집행하고 사교 활동에 참여하며 품위 유지에 힘쓰는 동안 정작 스스로의 목소리에는 한 번도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 돌아볼 때 그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했던 건 부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마음맞는 친구들과 둘러앉아 벌이는 카드게임이었습니다.
결혼 생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좋은 가문 출신에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아내와 결혼한 이유는 "아니, 뭐 못할 이유도 없잖아?"스스로에게도 이득이거니와 뒤따라올 사회적 인정도 기꺼웠습니다. 번듯한 조건에 이끌려 이룬 가정은 따뜻한 둥지라기보다는 따분한 의무였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었습니다. 아내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인내심 많은 자신이 매사에 트집만 잡기 일쑤인 남편의 괴팍함을 감당하고 있으며, 그의 존재 자체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톨스토이는 그 삶이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고 서술합니다.

◇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 않기


"'정말 그렇다면.' 하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망쳤다는 의식을 지닌 채 삶을 떠난다면, 그걸 바로잡을 수조차 없다면 그때는 뭐지?' 그는 똑바로 드러누워서 자기 인생을 통째로, 완전히 새로이 되짚어 보았다."

죽음이 삶을 둘러싸고 있던 위선과 기만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서야 이반 일리치는 회고합니다. '높은 분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저항하고 싶어했던 한때의 희미한 충동,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떨쳐내 버리고 했던 그 충동만이 진짜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대단한 속물도, 파렴치한 출세주의자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번지르르한 목표를 좇느라 삶이 '오직 한 번 주어지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온ㅡ꼭 우리만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톨스토이가 준 기회를 통해 그 생의 끝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오히려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그의 여정은 독자로 하여금 언젠가 마주할 '나의 죽음'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는 이제 죽었지만 우리에겐 그간 망쳐온 것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불확실한 분량의 유한한 생을 어떤 것들로 채울 것인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모든 게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해답은 각자 다르고, 같아서도 안되겠습니다. 후회없이 사는 법에 관해서라면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는 각오만큼 비장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저는 더 간단하고 쉬운 말을 좋아합니다. 'Memento mori (네 죽음을 기억하라.)'[MBN 문화부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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