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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공연 장면. 전강인 제공


난세 영웅 홍길동이 신출귀몰하는 판에, 난데없이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끼어든다. 중국의 손오공과 일본의 미야모토 무사시가 가세하더니, 급기야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까지 등장한다. 동서고금 영웅들이 한바탕 기량을 겨루는 ‘히어로(영웅) 엑스포’가 열린 것. 국립극장 신작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에서 포복절도,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놀이에 느닷없이 심 봉사가 끼어들고, 흥보와 놀보가 튀어나와 어울리던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지난해 ‘마당놀이 모듬전’의 기발한 상상력을 떠올리게 한다. 마당놀이 하면, 역시 넉살과 너스레, 풍자와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누적 관객 23만명을 기록한 국립극장 마당놀이가 신작 ‘홍길동이 온다’로 다시 돌아왔다.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 황금성릴게임사이트 ~2020)의 후속작이다. 이번에도 관객들의 눈과 귀가 즐겁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활공’(와이어 액션)을 사용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이 하늘극장의 천장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닌다. 호형호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집을 뛰쳐나온 홍길동이 활빈당을 이끌며 정의를 구현하는 대목에선 갖가지 기예가 등장한다. 옥에 갇힌 홍길동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아다쿨 마술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애크러배틱 곡예,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 등 고난도 동작이 이어진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공연 장면. 전강인 제공


‘가장 한국적인 연극’으로 꼽히는 마당놀이는 태생부터 바다이야기 ‘지금 이곳의 현장’과 호흡해온 장르다. 1981년 극단 ‘미추’의 허생전으로 첫걸음을 뗀 마당놀이는 별주부전,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이춘풍전, 변강쇠전, 봉이선달전으로 변주했다. 그때마다 배우와 관객이 교감하고 객석과 무대가 연결된 참여형 장르로 발전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요란하게 돌아간 금년 세상, 싹 다 잊고 한바탕 웃어보자”는 꼭두쇠의 외 야마토게임예시 침에 초등학생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고 어깨를 들썩이며 호응한다.
마당놀이판의 웃음은 그저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계엄과 주가조작, 뇌물수수, 매관매직 등 위정자의 무능과 위선을 꼬집는 대목에선 관객들 사이에 쓴웃음이 번진다. 활빈당 부하가 “100만 유튜버 활빈당티브이(TV), 별풍선이 벌써 1000개”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조차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는 요즘의 현실을 반영하는 씁쓸한 풍자로 다가온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공연 장면. 전강인 제공


시대 흐름과 감수성을 고려한 장치들도 눈에 띈다.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 이소연과 창극 ‘심청’ 주역을 맡았던 김율희 등 여성 배우가 홍길동 역을 나눠 맡았고, 여성 활빈당원도 두드러진 캐릭터로 설정했다.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 보이즈가 홍길동의 뒤를 쫓고,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귀여움을 부린다.
제작진 면면도 화려하다. 연출 손진책에 작곡 박범훈·김성국,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등 이 분야의 고수들이 총출동했다. 내년 1월3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펼쳐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