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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으로 아버님처럼 모셨던 서정인(1936~2025·4·14)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문학이 말문을 닫고 시대가 조용히 그를 배웅하는 이 순간에도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분을 향한 이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글로라도 붙들어야겠다. 위대한 작가 한 분이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너무도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이기도 하다.
    선생은 평생을 문학으로 증언하신 분이다. 하지만 일상을 공유한 사람에게는 작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발언과 행동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대충을 용납하지 않는 원칙주의자, 남 신한은행 대출상환 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순결주의자. 하지만 술 한잔 들어가면 어깨춤 절로 추며 ‘번지 없는 주막’을 목청껏 부르던 예인. 수줍음도 많지만 자존심은 더 강해 세속의 기준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낭만주의자.
    이런 분을 곁에서 모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줍음도 달래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지 않는 상황을 그야말로 ‘연출해야’ 한 방공제 다.



    고 서정인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정년을 기념해 문학론집 ‘달궁 가는 길’(2003)을 엮을 당시에도 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이 단행본은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아온 소설가 서정인 선생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 희망적금 로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독창적이며 열정적인 강의와 연구를 통해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교수요 학자로, 또 시속에 쉽게 영합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시대의 파수꾼으로 살아오면서 그가 키워 온 독특한 문학세계는 한국 소설사에 큰 발자취를 이미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만의 소설 세계에 대한 총체적 안내는 상업주의의 도도한 물결에 점점 물들 예금은행금리비교 어 가고 있는 작금의 문단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머리말을 대신하여’ 중)
    취지는 당당했다. 하지만 진척은 더디기만 했다. 선생의 방해 때문이다. 원고 청탁 등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꺼리셨다. 작가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철학도 굽히지 않았다. 개인적 찬사도 인간적 회고도 경계했다. 그렇게 겸허하고 그렇게 고 외환은행 대출금리 집스러웠다.
    30년 술친구인 신광철 교수는 이런 선생을 게에 비유한다. 바람만 불어도 구멍으로 사라져 버리는. 책이 나와도 주지 않는다. 읽기를 강요하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더불어 ‘냄비 받침’으로 오용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술을 참 좋아하셨다. 건지산 자락에서 아니면 저 먼 지리산 혹은 백운산 계곡에서, 진안 죽도에서 천렵할 때는 십리 길을 달려 술을 조달한 적도 있다. 압권은 역시 연구실에서의 향연. 약속한 날이 되면 선생은 강의하는 동안에 미리 책상 밑에서 백숙을 끓이신다. 냄새 속에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한 추억 거리이다.
    진정 송구한 일이 하나 있다. 선생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것. 어렵게 총장 직선제를 얻어낸 민교협 교수들은 자신들의 뜻을 펴나갈 수 있는 자체 후보를 원했다. 명분만 앞섰던 그들은 선생 댁을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속물이라는 거죠?” 백기를 들고 그 아수라장 정치판에 내몰렸다. 선생은 이 일로 많은 상처를 입었고 따르던 제자 교수들과도 어색하게 되고 말았다. 끝까지 반대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다.
    문학을 통한 선생의 증언은 결코 거창하거나 장황하지 않다. 세상의 가장 낮고 작은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다. 고통받는 이들의 침묵을 대신 짊어진 문장은 말보다 조용하고 표현도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언어 안에는 분명한 신념과 연민, 고집과 고요가 배어 있다. 그것은 세월을 관통해 한 세대의 마음에 잊히지 않을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부고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관심이 ‘강’ 등 초기작에 한정되어 있다.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철쭉제’ ‘달궁’ 등 이른바 ‘지리산 연작’이나 퇴임 이후에도 치열하게 추구하던 문학적 실험에 대한 눈길은 여전히 인색하기만 하다.
    개인 서정택(서정인 선생의 본명)에 대한 이 추모사는 작가 서정인에 대한 본격적 추모사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다. ‘인물의 입말로 서사를 짜고’ ‘낯선 형식을 통해 전후 한국 사회의 모순과 상처를’ 드러내려 했던, ‘언어와 존재에 대한 윤리적 고투’는 두고두고 천착해야 할 우리 소설의 터전이다.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이제는 더 이상 폐를 끼칠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끝내, 선생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남긴 문장을, 계속 읽고 또 읽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이종민/전북대 영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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