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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0-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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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북한과 외교 안보 소식을 전해드리는 저는 기자입니다.
현장에 나가 취재도 하고 직접 기사도 씁니다.
북한에도 기자가 있긴 하지만 여느 나라 언론의 기자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데요, 북한에서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하고 문제를 비판할 수가 없고, 대신에 지도자 우상화와 그리고 체제 선전이 기자들 보도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최근 기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주요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 뒤로 빼곡히 들어선 새 주택들.
평양 인근 농촌 TPC 주식
마을에서 열린 입주 행사 현장입니다.
[조선중앙TV : "여기는 평양시 강남군 장교농장 분장 1작업반 마을입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기자를 투입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는데요.
["(안녕하십니까 할머니. 새집들이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네, 기온라인황금성
쁩니다. (이 마을에서 몇 년째 살았습니까.) 4대를 걸쳐 살았습니다."]
살림집 구석구석을 취재하고 주민들을 직접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작년에 동생이 6반에서 받았는데 그걸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이처럼 북한은 최근 각종 성과 보도에서 유독 기자를 앞세운모바일게임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역 소식의 경우 '특파기자'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고,
[조선중앙TV : "각 도의 특파기자들이 영광의 10월을 자랑찬 노력적 성과로 맞이할 드높은 열의를 안고."]
[조선중앙TV : "각지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투쟁 소식을 특파기자들이 취재해서 전해왔습니다."]
외환송금
중요 보도에선 기자의 이름까지 밝히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 : "원산시에 펼쳐진 새집들이 소식을 김철남 특파기자가 전해왔습니다."]
[조선중앙TV : "장평철 특파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경향이 김정은 집권 이후 본격화된 특징이라는 겁니다.
[이지순/통일대현 주식
연구원 연구위원 : "방송 제작자 대부분이 방송원이라고 불렸어요. 그런데 역할을 구분하는 거죠.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미시적으로 보자면 사람들 개개인에게 방송을 만드는 역할에 대해서 세부적인 사명을 부여하는 거죠."]
조선중앙TV의 구성원 대부분은 '방송원'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와 기자는 물론, 사회자까지 역할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데요.
[조선중앙TV :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완결하기 위한 창조 대전이 힘 있게 벌어지고 있는 속에…."]
같은 인물이 방송 스튜디오에서는 아나운서로 등장했다가, 태풍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 기자로 투입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2020년 9월7일 : "여기는 강원도 통천 앞바다입니다. 지금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태풍 10호의 영향으로 해서 이 바람과 폭우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또 때로는 진행에 연기나 체험까지 맡아서 하는 이른바 '아나테이너' 역할로 나서기도 합니다.
["(방송원 동지, 이렇게 감자밭 옆에 척 앉아서 감자구이를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나도 양강도 대홍단, 또 장진 부전에서 감자구이가 특산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장진 땅에 와서 또 감자밭 옆에서 해보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직함을 별도로 붙이고 보도에만 집중하도록 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효정/조선중앙TV 기자 : "여기 평양 26전선종합공장이 얼마 전 2024년 10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김설경/조선중앙TV 기자 : "여기는 2024년 10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평양 양말 공장입니다."]
[리덕성/조선중앙TV 특파기자 : "곡식 풍작의 기쁨 속에 맞이하고 있는 여기 송림시 청운농장의 새집들이 소식을 취재하면서 우리는 주목할 만한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왜 기자의 위상을 뚜렷이 나타내고 그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분석합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서 전달하는 내용이 공정하다, 객관적이다, 신뢰감을 준다 이런 부분에선 상당히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볼 수 있고 그리고 방송원이라는 애매모호한 직함보다는 기자라는 걸 통해서 실제로 전달하고자 하는 보도 내용이 믿을만하다고 보여주는 부분이 있죠. 특히 기자의 경우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있지만 이면에는 당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거예요. 보도에 숨겨져 있는 기능인 거죠."]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철저하게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전·선동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기자들의 활동을 언론 기능으로 볼 수는 없는데요.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방송 언론을 운영하는 상위 조직이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요. 그렇다 보니 선전선동부가 제안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줘야 하므로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서의 아나운서, 기자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노동당의 지침과 규정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방송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진로와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또는 당이 원하는 정책의 방향으로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이러한 이유로 북한 기자들은 수령을 우상화하고 당을 찬양하는 임무를 숙명처럼 수행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무대에서 드러난 북한 촬영 기자들의 과열된 취재 양상입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2019년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북한 기자들은 경쟁이라도 벌이듯 가장 앞자리를 차지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과열 경쟁은 최근 열린 중국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첫 번째 사명으로 갖는 부분이 결국 당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야 되는 것이고 그리고 체제 정권의 안정화에 기여를 해야 되는 부분인데 최근 북한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게 통치 리더십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그리고 어떻게 김정은이 국제적으로 활약하느냐. 이 부분은 북한 방송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야 할 대목인 거죠. 거기서 만약 주춤거렸다거나 아니면 밀려났다거나 하면 실제로 그 사람들은 자기 역할을 못 한 게 돼버린 거예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 기자들의 보도가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일부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최근엔 어떻게 보면 인민들의 대표성으로서의 노동당에 더 많이 포인트가 가 있는 상황이고 당의 영도는 맞지만, 당이라고 하는 주체가 누구냐고 했을 땐 예전엔 수령성에 포인트가 더 많이 갔다면 최근엔 인민의 요구라든가 인민의 발전에 서려고 하는 쪽으로 많이 비중이 옮겨갔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일심 기자의 보도인데요.
드라마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에서 배우로 첫발을 내디딘 강일심은 이후 조선중앙TV 방송원으로 활약했습니다.
["맛이 생각 외로 새큼하면서도 어딘가 아린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는 그녀가 조선중앙 방송위원회 기자 직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방송 기자 동지로구나!"]
특히 강일심 기자의 보도는 문화와 여가, 체육 분야에 집중돼 있어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통해 당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로 해석되는데요.
그러나 아무리 콘텐츠를 달리해도 북한 보도의 본질은 최고지도자 찬양과 우상화, 정권 유지를 위한 선전이라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이걸 우리는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르는데 프레이밍 효과는요. 뉴스 혹은 보도에 프레이밍 된 틀이잖아요. 그 틀에 계속해서 반복 노출되면 거기에 대해서 사고방식이라든가 의식이라든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 국가, 혹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뢰, 충성심, 애국주의 이런 부분에 좀 더 강력하게 초점화되는 방식이고요."]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작가가 아무리 자기 뜻대로 책을 쓰고 싶어도 물리적 수단이나 방법이 없거든요. 방송을 하더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방송(콘텐츠)을 가지고 띄울 수 있는 매체들이 없기 때문에 매체적 통제는 당연히 북한(?국)에 있는 것이고…."]
체제를 위한 선전, 선동의 핵심 전사로 불리는 북한 기자들.
이들의 직책이 주목받고 존재가 강조돼도 결국 그들의 목소리는 당과 정권의 선전 무대 안에 머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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