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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는 부서지고 흙벽은 속살을 드러낸 채 무너져 있었다. 성인 허리 높이 잡초 사이로 거미줄이 얽힌 문패가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독립유공자의 집’ 문패는 빛이 바래 알아보기 힘들었다. 제80주년 광복절을 이틀 동명사 주어 앞둔 13일 경기 화성시 차병혁 선생(1889∼1967) 생가의 모습이다. 그는 경기 수원·화성에서 1919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지만, 생가는 정부의 관리·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후손 차재천 씨(66)는 “보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정부 지원도 없고, 고령이라 힘이 든다”고 했다.

    이것좀 동아일보 취재팀이 13, 14일 확인한 전국 독립운동 유적 11곳은 잡초와 쓰레기에 뒤덮이거나 표지판 없이 방치돼 있었다. 독립운동 유적을 포함한 ‘현충시설’은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정하지만, 신청과 관리는 소유자 몫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유산과 달리 현충시설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방치된 경우가 적잖은 것이다. 정부가 독립운동 유적을 적 정기예금이자계산법 극 발굴하고 중요도에 따라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초가지붕 무너지고 독립투사 이름 잘못 표기 13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의 펜션 마을. 을미의병 춘천 의병장 습재 이소응 선생(1852∼1930)의 생가 터는 펜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습재 선생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와 일제의 단발령에 맞서 농민 1000여 천안현대스위스 명을 이끌고 의병 활동을 벌인 독립유공자다. 하지만 그를 기리는 안내판이나 표지석은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생가 터인지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김장환 지사(1908∼1977)의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생가는 초가지붕이 무너져 있었고, 이름을 새긴 표석은 수풀 사이에 가려 있었다. 60여 년 전 김 지사 담보대출금리인하 생가를 기억하는 인근 주민 김전애 할머니(87)는 “20여 년 전 생가에 살던 사람이 이사 가면서부터 집이 방치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918년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강창규 지사(1872∼1963)의 오등동 생가 터에도 안내판 하나 없이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남은 건 농업용수 저장용으로 쓰였을 고무 양동이와 어린 감나무 한 그루뿐이었다.
    호남 지역의 독립운동 유적도 마찬가지였다. 호남의병 총사령부 격인 호남창의회맹소 결성지였던 전남 장성군 석수암은 현재 예비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2020년 발굴 조사를 마쳤지만, 독립운동 유적임을 알리는 표지석은 없었다. 신봉수 전 빛고을역사교사회장은 “호남의병의 정신적 상징이 표지석도 없이 방치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 망향산 또한 1930년대 항일운동 소식지를 발간한 곳으로, 이곳에서 활동한 8명이 최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 했지만 현장은 기념되지 않고 있었다.
    이들 유적은 전부 보훈부 현충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후손이 끊기거나 나이가 들어 신청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독립운동 유적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신청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현충시설로 지정되면 정례 조사 대상이 되고 긴급 보수가 필요한 경우 제한적이나마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손이나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표지판 설치도 어렵다.

    ● 현충시설 43%가 민간 소유, 정부는 긴급 보수만






    현충시설로 지정됐지만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 상시 유지·관리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는데, 독립투사의 후손도 고령화하고 경제적 부담 등 탓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남 고성군 서비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왕이 준 은사금을 거부하고 순국한 애국지사 최우순 선생(1830∼1911)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으로, 2002년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하지만 기와 대신 가림막과 폐타이어가 겨우 비를 막고 있었고 벽면 곳곳도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보훈부는 “지난해 10월 개보수 요청이 있어 긴급 지원한 바 있다”면서도 “서비정은 최 선생의 후손 소유라서 유지·관리의 우선적 책임도 후손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 기준 보훈부 지정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전국 1001곳이다. 이 중 개인이나 민간단체 소유가 436곳(43.5%)이다. 지난해 보훈부가 독립운동 현충시설 520곳을 조사해 보니 24곳이 ‘관리 불량’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독립운동 유적의 발굴과 관리를 후손과 민간에만 맡겨선 안 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수조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영철 제주 독립운동가 서훈추천위원회 자료발굴위원은 “역사적 가치가 분명한데도 후손이나 향토사학자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보존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춘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고성=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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