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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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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해 이름을 흘려 말한 것이 분명했다. 바로 되물었어도 ‘사람이 말하는데 집중해서 듣지 않는 사람’으로 몰아갔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 통화한 사람 이름을 모를 수가 있냐면서 서 검사가 또다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이때의 감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단순히 나의 실책으로 인한 화라기보다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짜증, 그리고 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함께 묻어 있었다. 같은 직장인의 관점으로 바라보아도 서 검사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평범한 어느 날, 사건을 처리하다 딱한 사람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래도 자동차구입대출 몇 시간 정도만 신경을 써주면 이 사람을 구제해줄 수 있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의 실책으로 일을 그르쳤다. 몇 시간이면 끝났을 일이 하루가 넘어가게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저 서 검사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아현씨, 지금 이거 김아현씨 사건 아니 신한마이카대출자격 에요? 아니, 통화하는 상대방 이름 정도 확인하는 건 기본 아닌가? 지금 약식 조사로 진행한다고 하니까 사건의 심각성이 아직 와 닿지 않아요? 대답을 좀 해보세요. 하, 제 이름은 아세요? 사건번호는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서 검사의 말을 듣고 있으니 사고가 멈추는 기분이었다. 가뜩이나 팀장님이라 불러서 이름을 부를 일이 없었던지라, 대부업체순위 순간적으로 서 팀장의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옷이나 지읒으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서? 팀장님이요…”라고 말끝을 흐리며 제발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이름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안타깝게도 사건번호는 2024로 시작한다는 것 외에 기억이 나지 않아 또다시 한참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현재은행이자율8일간의 보이스피싱 여정에서 단시간에 밀도 있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이때였다. 쉬지 않고 몰아치는 말들로 혼을 쏙 빼놓아서 정신도 없었거니와, 스트레스가 컸던 탓인지 다른 상황들과 달리 기억이 심히 파편화되어 있다. 최근 많은 언론사에서 내가 당한 것과 유사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다루고 있는데, 보험금 계산 기사에 나오는 ‘검사가 윽박질렀다’거나, ‘폭언을 섞어가며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상황이 나에겐 이때였다. 서 검사의 경우는 무턱대고 몰아붙이며 폭언을 하지는 않았고, 대화와 상황이 흘러가며 고조되는 감정선에 맞추어 화도 냈다가 진정도 했다가 하는 유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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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초간의 침묵 후 서 팀장은 보호 관찰과 구속 수사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나에게 찍어놓은 세 장의 문서 중 두 번째 장을 열어보라 시켰다. 세 차례나 소리 내어 읽었던 첫 번째 장, 모든 사건의 원흉인 통장 사본이 첨부되어 있던 세 번째 장과 달리 내내 존재감이 없었던 두 번째 장에는 ‘서울구치소’라는 단어가 포함된 항목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아현씨, 수감 장소에 뭐라고 적혀 있나요?”
    서 팀장이 물었다.
    “서울구치소라고 나와 있습니다.”
    내가 답했다.
    “네 맞습니다. 거기가 구속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 김아현씨가 가게 될 곳이에요.”
    서 검사가 살짝 냉소적인 어조로 말했다.
    “아… 네.”
    나는 무력하게 답했다. 서울구치소는 어디에 있는 곳일까? 구로구에 사는 친구의 집들이를 갔을 때 근처에 교도소가 있다고 알려준 적이 있는데 거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무턱대고 알겠다고 한 내 잘못인가,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금융감독원의 잘못인가, 이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인 이 과장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인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경고하지 않은 서 팀장의 잘못인가, 아니면 애당초 개인정보를 똑바로 관리하지 못해 이 사단을 만들어버린 나의 잘못인가. 상황을 받아들이려 지난 몇 시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 서 팀장이 말을 이어갔다.
    “김아현씨, 서울구치소가 어떤 곳인지 가본 적 있어요?” ▶링크에서 137화의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2975.html?h=s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보이스피싱은 ‘검찰을 사칭한 사람이 돈을 요구한다’는 단순한 장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아현씨가 직접 겪은 보이스피싱은 교묘하고, 복잡했는데요. 독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https://www.hani.co.kr/arti/SERIES/3310?h=s)를 통해 상세한 기록과 정보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스물여덟, 보이스피싱에 당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8529.html?h=s

    ▶“주소는 ‘대검찰청 점 커뮤니티 점 한국’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9742.html?h=s

    ▶“엠바고가 걸려있는 특급 사건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0997.html?h=s

    ▶보이스피싱범에게 직장 생활 설교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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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피싱범의 사려깊은 한마디 “비하하는 건 아닌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3366.html?h=s

    김아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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