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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 김규식(1881~1950). 일제강점기 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김구와 함께 '우익 3영수'로 꼽혔다. 1946년 여운형과 함께 좌우합작 운동을 펼쳤고, 1948년에는 분단을 막기 위해 김구와 방북했던 그의 말로는 쓸쓸했다.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극단의 대립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에서 좌우합작이니 남북협상 같은 중도 노선은 설 자리가 없었던 탓이다. 학계의 관심도 받기 어려웠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납북돼 병사했다.
세간의 평가처럼 그는 단지 "실현 가능성 없는 이상주의적 학자형 정치지도자"였을까. 미완이나마 19증권사트위터
45년 해방 후 귀국한 때까지 그의 삶을 재구성한 책 '김규식과 그의 시대'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총 1,872쪽, 3권 분량의 김규식 평전. 기성 연구에선 볼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2006),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2015)로 한국출판문화상(학술 부문)을 두 차례 수상한 정병준(60)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의 필생의 노작이다. 낙폭과대종목




김규식과 그의 시대(전 3권)·정병준 지음·돌베개 발행·1,872쪽·12만 원



생존과 영어를 배운 고아 소년 '존'
2014년 집필을 시작한 책의 초고는 2023년에야 나왔다.성기배
정 교수가 김규식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그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 김규식의 비서였던 독립운동가 송남헌(1914~2001) 선생을 인터뷰하면서다. 그 후 김규식이 1950년 본인 시점에서 직접 자신의 주요 경력과 활동을 작성한 이력서가 정 교수의 손에 들어오면서 평전의 기본 틀이 짜였다. 정 교수는 3권 뒷부분에 실은 '남은 말: 김규식 자료 추적기'를케이알제2호 주식
통해 한 장의 사진이나 조각난 글자 흔적 같은 "부스러기 자료"까지 집요하게 수집한 경위를 소상히 밝힌다. 책의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준비 운동으로 이 부분부터 먼저 읽는 것도 방법이다.



언더우드 보육원학교의 '모범 모델'로 존으로 불렸던 김규식(당시 6세)을 촬영한 흑백사ELW투자
진. 언더우드 부부는 사실상 고아 신세였던 김규식을 거둬 키웠다.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돌베개 제공


책은 흑백의 부잣집 도령 같은 복식의 남아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한다. '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생활과 풍속'에 실린 6세 때 김규식 모습이다. 정 교수는 수소문 끝에 이 사진의 원본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의 국립인류학 아카이브가 소장 중인 '호머 헐버트 목사 컬렉션'에서 찾아냈다. 선교사로 한국에 왔던 헐버트가 입수해 박물관에 기증한 것.
부친 김용원이 1885년 유배형에 처해지자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 김규식은 미국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가 운영하는 보육원학교에 맡겨졌다. 언더우드 부부는 김규식을 '본갑이' '존'이라 부르며 사실상 양자로 거둬 키웠다. 이때 찍은 이 사진으로부터 정 교수는 김규식의 유년기와 성장 과정, 1913년 중국 망명 전까지 계속될 언더우드와의 관계를 쫓아나간다. 언더우드의 가르침 덕분에 영어가 유창했던 김규식은 1896년 미국 유학을 가는 의친왕의 통역·시종으로 선발돼 버지니아주 로어노크대학에서 수학했다. 이를 계기로 김규식은 1905년 포츠머스강화회담 당시 고종의 밀사로 파견됐고,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보내졌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가 김규식의 모교인 로어노크대학을 방문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돌베개 제공



파리강화회의 이후 "가장 빛났던 3년"
책은 인물평전인 동시에 한국독립운동사 성격을 띤다. 부득불 "김규식의 일생을 다룬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 한국 독립운동사의 주요 쟁점과 활동을 다루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2권에서 다루는 1919년부터 3년에 불과한 시기는 그의 일생 중 가장 빛나는 시기다. 여운형이 중심이 된 신한국민당은 1차 세계대전 종식과 파리강화회의 개최라는 국제 정세 급변에 따라 김규식을 특사로 파견했다. 선전과 모금 활동을 위한 밀사를 국내에도 보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3·1독립운동을 이끌어 냈다. 200만 명이 독립을 외쳤던 "한국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이 스스로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정립시키고 호명"한 일대 사건. 파리 도착 후 몇 주 지나 소식을 듣게 된 김규식은 일약 "한국 독립운동의 실체적 희망이자 중심인물"이 됐다.



해방 후 중국 상해 비행장에서 귀국을 준비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가장 왼쪽이 김규식이고, 중앙에 김구가 있다. 돌베개 제공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대의를 위한 외교 활동을 벌일 요량으로 찾았던 재미한인 조직인 구미위원부에서는 그의 명성만을 이용하려고 했던 이승만과 갈등을 빚고, 1920년에는 뇌종양 수술을 받는 등 시련도 잇따랐다. 다시 중국으로 넘어온 후에도 그는 임정 등 항일 세력과 꾸준한 관계를 이어간다.
정 교수는 "이 시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김구·한독당·임정 중심, 김원봉·민혁당·조선의용대 중심, 연안 독립동맹·조선의용군 중심의 구도가 병립하는 기성 연구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는 다음 주제로 "'나는 최정익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정익은 미국에서 안창호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 변절한 친일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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