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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를 지금 물속에 빠지게 해놓고 울산시에서 스물두 가지 달콤한 사업구상 말한들 무슨 소용 있습니까. 허위지요. 암각화를 물에서 영원히 건져내는 데 초점 맞춰야 합니다. ”
10여년간 암각화 보존운동에 헌신해온 김종렬 반구대암각화시민모임 상임대표가 열변을 서민전세대출 토하자 박수가 터지고 “시원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울산 민심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7000~6000년 전의 예술적 회화이자 세계의 선사시대 바위 새김그림(암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곧 이은 집중호우 수몰이라는 경사와 악재를 잇따라 맞으면서 현 채무 조정 제도 지 여론의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는 기색이다. 지난 1일 울산 컨벤션센터에서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를 놓고 국가유산청 주최로 열린 시민토론회(타운홀 미팅)에서 그런 징후들을 실감했다.
‘반구천의 암각화, 울산의 소리를 듣다’는 제목으로 국가유산청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시민 150여 명이 운집했다. 지난달 12일 세계유산 등재 발표가 나온 지 채무 조정 제도 1주일만에 폭우로 하류 사연댐 수위가 57m를 넘어서면서 암각화가 완전히 물 속에 사라진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열린 까닭일까. 허민 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 울산시 관계자들 앞에서 반구대 지역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계속 손을 들면서 현재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책과 주위 환경의 문제점 등에 대해 열띤 발언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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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울산 컨벤션센터에서 ‘반구천의 암각화, 울산의 소리를 듣다’는 제목으로 열린 국가유산청 주최 시민토론회(타운홀 미팅)의 모습. 허민 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 울산시 관계자들(앞 연단에 앉은 이들) 앞에서 반구대 지역의 한 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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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는 지난달 침수 이후로 물이 거의 빠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취재진이 대곡리 반구대 전망대를 찾아가 보니 폭염 속에 녹조현상이 일어나 물은 탁한 녹빛의 ‘녹조라떼’로 변했고, 역하고 매캐한 비린내가 진동했다. 암각화는 냄새 풍기는 반구천 물 속에 수몰 뒤 보름 지난 지금도 상부 끝단 일부 외엔 잠겨있다. 잠긴 원인을 낳은 하류의 식수·산업용수 조달용 사연댐(1965년 건립)은 수문 없는 자연월류식 제방이다. 그래서 작은 관로의 물빼기로 하루 30cm씩 수위를 낮추는 것 말고는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댐 수위가 침수 이전인 52m까지 낮아지려면 한달 정도 더 걸려 암각화는 두달 가까이 녹조라떼에 묻혀 있어야 한다. 이런 답답함을 반영하듯 토론회에서는 사연댐 수위를 암각화가 잠기지 않는 52m 아래로 유지하는 수문설치 공사를 2030년까지 진행하겠다는 정부 쪽 대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댐 해체와 반구천 일대 자연화 복원 등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먼저 발언한 김종렬 대표는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수위를 조절해왔다고 알려진 사연댐 구실은 날조라고 했다. 그는 “2005년 저수량 더 많은 상류 대곡댐이 조성된 뒤로 사연댐은 댐 구실을 상실하고 수로구실만 하고 있다. 이런 실체를 바탕으로 대곡천(반구천) 일대 백만평 보존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며 사연댐엔 수문 설치보다 더 강한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며 댐 해체를 대안으로 암시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환경부, 문화재청, 울산시 등과 사연댐 수문 설치를 뼈대로 하는 ‘반구대암각화 보존협약’을 체결한 주역이란 점에서 협약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이상범 정책국장도 “암각화가 세계유산이 됐는데 물이 중요하냐, 세계유산이 중요하냐”고 되물은 뒤 “사연댐 물을 시민들이 양보한다면 식수 대책은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 영구 보존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발언한 다른 시민 한명도 “사연댐 수문 설치는 세계유산 앞에서 제2의 댐공사하는 것과 같다. 수문 방류로 유적 주위환경에 또 다른 악영향이 우려된다”면서 거들었다.
그동안 반구대 공청회나 관련 기관 협의에서 시민식수원인 사연댐 물은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과 비슷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물 확보를 암각화보다 우선시하던 여론 지형은 보존 쪽으로 축이 바뀌는 조짐이다. 암각화 연구자인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앞으론 거의 매년 폭우가 예측되고 암각화도 해마다 오래 잠길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유네스코 멸실유산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내년은 지방선거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유치로 반구대 건이 쟁점으로 부각될 게 불 보듯 하다. 특히 여름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면 인근 울산 반구대 현장은 당연히 세계 각지 전문가들이 집중 답사할 것이다. 최소 5년 걸리는 사연댐 수문 완공 시점만 바라보다간 내년에도 갓 탄생한 세계유산이 녹조 물에 잠긴 참상을 전시하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결국 암각화를 물의 마수에서 건져 올릴 특단의 대책은 현시점에서 바로 나와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가 던져준 문제이자 실마리다.
울산/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