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다 201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인 A씨가 지난 16일 산재 판정을 받았습니다. 북극항로 등 고위도 노선을 다니며 방사선에 피폭돼 백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항공기 조종사의 방사선 피폭 산재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엔 전직 비행 승무원이 항공업 종사자 중 방사선 피폭 산재 인정을 최초로 받은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을 대리한 노무법인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비행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 문제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과정"이라 했습니다. 대한항공 노사는 최근 일련의 산재 판정 이후 조종사 및 승무원에 대한 방사선 피폭량 관리 협의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 방사선 피폭량 높은 고위도 노선 비율 75%
김 노무사와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을 통해 JTBC가 확보한 A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와 역학조사 의견서 등에 따르면 A씨는 32년간 19,337시간을 비행했습니다. 이중 로그 기록이 남아있는 비행시간 10,979시간 중 A씨의 고위도 노선(북극항로 포함) 비행 비율은 75%에 달합니다. 위도가 높을수록 조종사와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량도 늘어납니다.
지난달 산재 판정을 받은 전직 승무원 B씨의 경우 고위도 노선 탑승 비율이 30% 정도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런 기록을 통해 A씨가 운항 중 노출된 우주 방사선 선량을 약 98.93msv로 추정했습니다.
■"원자력 관련 직군 대비 10배, 일반 직군 대비 80배"
김 노무사는 이 수치 역시 A씨의 피폭량을 2배 이상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측정 기준에 따라 방사선 피폭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도 "중장기 연구용역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항공기승무원의 우주 방사능 안전기준 마련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A씨의 이런 수치도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방사선사 등 방사선 관련 직군의 피폭량보다 10배 이상 높습니다. 일반 직종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80배까지 벌어집니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의 업무와 급성 골수 백혈병 발병 간의 인과관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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